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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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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관련법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예산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대법원 예산을 심의하면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제도 도입 관련 전체 예산(76억8400만 원)의 44%가량인 33억5000만 원을 줄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항목별로는 △국민사법참여위원회 운영경비 전액(9억5000만 원) △배심원 보수 및 배심원 후보자 사례금(21억 원) △교육홍보비(3억 원) 등이다.
법사위에서 의결된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다음 달 8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국민사법참여제도는 법관 중심의 사법 시스템을 시민 참여 형태로 바꾸는 것이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 관행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국회가 사법참여위원회 운영경비와 사법참여인단 보수 등 핵심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제도의 내년 시행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예산 삭감이 법원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본다. 법원은 법관의 업무 부담만 늘어난다며 제도 도입에 부담을 느껴왔다.
정치권은 국민 참여로 재판이 다양해지면 변론 결과에 따라 능력 차가 확연히 드러날 변호사 업계로부터 도입을 늦춰 달라는 요구를 받아 왔다.
법사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과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올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게 예산 삭감의 주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사위는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개혁 관련 법안 19개와 관련된 내년 예산 400여억 원을 이미 확정했다.
법사위는 국민사법참여제도의 예산을 줄이는 대신 △창원지법 별관 증축(15억 원) △울산지법 신축 부지 매입(5억 원) △특수출입문 설치(12억 원) 등 법원의 시설 투자비용을 크게 늘렸다.
국민의 재판권 확대를 위해 신청했던 예산이 엉뚱하게 법원 건물 늘리기에 쓰이게 된 것이다. 창원지법은 애초 요구한 예산의 3배 가까이로 늘었고 울산지법은 요구하지도 않은 예산이 증액까지 됐다.
한 중견 변호사는 “대법원이 사법개혁의 핵심이라며 추진했던 국민사법참여제도는 물거품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예산을 나눠먹기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국민사법참여제도: ‘중죄(重罪·무거운 죄) 형사사건’ 가운데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희망하는 경우 법관 외에 일반인 5∼9명으로 구성된 ‘사법참여인단’(가칭)이 재판에 참여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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