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시사이슈로 생각 넓히기]이종격투기 열풍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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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3일 일본에서 열린 이종격투기 K-1 대회. ‘배틀 골리앗’ 최홍만이 발차기로 ‘야수’ 밥 샙을 공격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9월 23일 일본에서 열린 이종격투기 K-1 대회. ‘배틀 골리앗’ 최홍만이 발차기로 ‘야수’ 밥 샙을 공격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억압된 욕망 분출하는 해방구될까

《지난해 9월 23일 저녁 일본 오사카돔에서 열린 K-1그랑프리대회에서 ‘배틀 골리앗’ 최홍만은 ‘야수’ 밥 샙을 2-0 판정으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를 문자방송으로 중계한 K-1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는 총 70만 명 이상이 방문해 서버가 다운됐다. 유명 포털 사이트 검색어도 최홍만 관련 단어로 채워졌다.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모 방송국 스포츠 채널의 순간 최고 시청률은 16%에 육박해 케이블 방송으로선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열기는 식지 않고 오히려 이종격투기에 대한 팬들의 환호는 더해 간다. 사람들이 이종격투기에 열광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이종격투기는 서로 다른 종목의 무술을 한 무대에 모아 1인자를 가리는 실전 무술 격투기다. 경기 방식에 따라 크게는 ‘입식타격기’와 ‘종합격투기’로 나눈다. 입식타격기는 선 자세로 때리고 치는 기술로만 구성된 것으로 K-1이 대표격이다. 그리고 종합격투기는 입식타격에 더해 링에서 넘어지더라도 계속 엉켜 싸우기를 통해 승부를 가리는 것으로 ‘프라이드’와 ‘UFC’가 대표격이다. 여기서 K-1의 ‘K’는 가라테, 킥복싱, 쿵후의 알파벳 첫 글자를 의미하고 ‘1’은 최고라는 의미와 격투기의 통합을 뜻한다.

사람들이 이종격투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억압적인 사회구조 때문이다. 이종격투기의 룰(rule)은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고, 여기서 사람들은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 현대 사회는 복잡하다. 일례로 우리가 지니고 다니는 전자제품은 물론 학과 공부까지 너무나 복잡하다. 복잡한 사회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다. 사람들은 결국 해방구가 필요하다. 이종격투기의 룰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전문적이지 않으며 아주 단순하다. 즉 한쪽이 경기를 포기하거나 포기하게 만들면 끝나는 방식이다. 때문에 다른 무술처럼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대개 10분 안에 피범벅이 되고 때로는 심한 부상을 당한다. 관중은 짧은 시간에 짜릿함을 느낀다.

두 번째는 이종격투기의 파괴성에 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경험하지만 실제로는 폭력성을 나타내지 못한 채 꾹 참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종격투기는 극단적 파괴력의 실체를 생중계로 확인하는 흥분을 선물해 주는 동시에, 강자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도록 만든다. 서로 다른 취향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심리적 이종격투기’를 치르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로서는 이종격투기를 통해 파괴력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는 이종격투기의 상업성이다. 다른 무술의 경기 장소는 분위기가 건조하고 딱딱하다. 하지만 이종격투기의 경기장은 화려한 퓨전(융합)의 무대를 보여 준다. 화려한 실내장식, 댄스, 뮤직, 미녀, 와인 등. 이런 장소에서 전사들의 격렬한 싸움을 보고 즐긴다. 이종격투기는 지루하지 않다. 한순간에도 게임이 끝날 수 있다는 긴장감 때문이다.

이종격투기를 사랑하는 팬들의 항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술의 세계에선 누구나 강자가 되기를 원한다. 강자를 가려낼 수 있는 시스템은 복잡한 규정이 아닌 단순한 룰 속에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이를 폭력적이고 상업적 측면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전사’들의 진검 승부를 보면서 사람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선수들로서는 자신의 실력과 승패를 스스로 인정한다면 그것으로도 된다는 것이다. 결국 보는 사람과 싸우는 사람이 모두 만족하면 된다는 것이다.

복잡한 현대는 속도전을 요구한다. 복잡한 구조 속에서 느리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마음속 정서는 메말라 간다. 이제 어디서 그 억압된 마음을 분출할 것인가? 이종격투기인가,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인가?

■ 생각해 보기

어떤 스포츠든 나름의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스포츠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를 바탕으로 이종격투기에 대하여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자신의 주장을 피력해 보세요.

인천 대건고 정용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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