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허위감자 모의’ 녹취록 있다”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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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003년 11월 28일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 발표 과정이 론스타 측의 치밀한 계획 아래 성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감자(減資)설을 유포한 것은 합병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외환은행 지분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인수하면 같은 해 10월 30일 외환은행 주식 51%를 취득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변동이 불가피했다. 외환카드 주가가 높을수록 합병 후 외환카드 소액주주들의 외환은행 주식 매입 비율이 높아져 론스타의 지분은 50%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최대주주라 해도 과반수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면 나중에 매각 때 협상력에 큰 차이가 난다”며 “론스타로서는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릴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해 8월 27일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마친 론스타 측은 10월 중순 비밀리에 인수 계획을 짰다. 작전명은 ‘프로젝트 대지주(大地主·squire)’. 외환카드 주가를 최대한 떨어뜨린 뒤 최소 비용으로 합병하겠다는 내용이다.

론스타 측은 이후 외환카드의 1500억 원대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무산시키는 등 외환카드의 자금줄을 의도적으로 틀어막았다는 것.

비밀계획서상 작전 당일(11월 17일)에는 외환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중단될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했다.

이 때문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직후 상승하던 외환카드 주가는 8000원대에서 6000원대로 하락했다.

이어 11월 20일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 외환은행 사외이사들은 외환카드에 대한 허위 감자 계획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 이사회에서 은행 집행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론스타 측은 보도자료에 외환카드의 감자 후 인수 계획을 포함시켰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은 외환은행 직원에 의해 녹취됐으며 최근 검찰이 녹음 내용을 확보했다고 한다.

외환카드의 주가는 이후 2000원대까지 곤두박질쳤고, 론스타는 28일 외환은행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감자 없는 외환카드 합병을 결의했다.

검찰은 상장기업 대주주가 허위사실 유포 주체라는 점에서 악질적 범죄라고 강조한다.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시각과 “당시 대부분의 카드회사가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주가 하락을 론스타의 조작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엇갈린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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