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31일 오후 3시 10분경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영동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이씨의 신상을 알게 된 병원 직원의 신고로 병원 앞에서 80m 떨어진 기업은행 앞 도로에서 검거됐다.
이 병원 원무과 직원 박모(32) 씨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오후 2시 50분경 턱 부위를 다치고 앞니가 다 빠져 말을 하기 힘든 상태로 병원에 들어와 치료를 부탁했다. 이 씨는 박 씨가 치료 전 진료 기록을 작성하기 위해 이름을 묻자 평소 자기가 즐겨 읽던 무협지 주인공 이름 '정종철'을 댔다.
박 씨가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머리를 다쳐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며 머뭇거리던 이 씨는 "인적사항을 모르면 치료를 할 수 없다"는 박 씨의 말에 "나는 이낙성이다. 감호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경찰이 잘 알 것이다"라고 답했다.
턱을 붕대로 감는 간단한 응급조치를 받고 오후 3시 경 병원을 나간 이 씨는 병원 직원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순순히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전날 새벽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 5병을 마신 후 최근 머물러 오던 성수동 여관을 찾아가다 인근 건물 2층 계단에서 넘어져 턱 부위를 다쳤다.
검거 당시 이 씨는 진한 회색 바탕에 줄무늬가 그려진 상의에 검은 바지의 평범한 모습으로 탈주 전보다 훨씬 수척한 모습이었다. 남색 모자에 하늘색 마스크를 쓴 그는 "탈주 생활이 너무 힘들어 자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해 4월 7일 경북 안동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탈주한 이 씨는 강도치상죄로 징역 3년을 받고 청송감호소의 보호감호를 받던 중이었다.
당시 안동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 씨는 북창동 인력시장에서 일자리 소개를 받아 약 3개월 간 구리시 교문동의 중국 식당에서 설거지 일을 한 후 서대문구 마포 등 다른 중국집을 전전하며 일당 약 3만 원 씩 받아 생활해 왔으며 중국집 내 방에서 숙식해 왔다.
이 씨는 경찰에서 "탈주 이후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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