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논제

글 (가)는 관용의 의미를 나타낸 글이다. 글 (나)는 형사 자베르가 갈등하는 모습을 나타낸 글이다. 글 (나)에서 자베르가 겪고 있는 갈등의 내용을 설명하고 ‘자베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에 관하여 자신의 생각을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학생글

강영기·경남 진주시 봉원중학교 2학년

관용이란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것이다. 가게에서 한 아이가 과자를 훔치려다가 주인한테 걸렸다. 하지만 주인은 아이를 타이르고 용서해 주었다. 이것은 관용의 한 예이다. 하지만 관용을 베푸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글 (나)에서 형사 자베르는 빵을 훔친 장발장을 용서할 것인가, 체포할 것인가로 갈등하고 있다. 장발장은 자신이 빵을 훔치고 싶어서 훔친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이 굶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훔쳐서라도 배를 채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굶주림을 떠나서 빵을 훔친 것은 훔친 양이 많든 적든 범죄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발장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기실 자베르가 장발장을 체포하지 않고 관용을 베푼 것은 아주 인간적이었다. 그렇지만 장발장을 용서한 것이 들통 난다면 장발장뿐만 아니라 자베르까지도 법에 따라 공범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장발장이 아무리 불쌍해도 자베르의 ‘형사’라는 직업에 있어서 장발장을 용서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배고픔을 떠나서 장발장은 범죄를 저질렀으므로 체포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자베르를 구해준 공로는 잊혀지지 않아 처벌은 어느 정도 완화되어야 한다. 장발장을 그냥 용서한다면 사회 질서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을 자베르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재형·경북 포항시 흥해중학교 3학년

세상을 살다 보면 착하게, 그리고 죄를 짓지 않고 살려고 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법이라는 것이 있다. (가)에서는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관용을 통해 용서하자는 내용이다. 글 (나)에서는 자베르가 이 관용이라는 것을 통해서 형사의 직업대로 장발장을 체포해야 하나, 관용을 베풀어서 장발장을 용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갈등하고 있는 모습이다. 죄를 짓고 감옥살이를 풀려난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착하게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 말은 자신에게 벌을 준 것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격적으로 대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즉 사람들이 죄를 지었을 때 관용을 통해서 사람들은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하지만 갈수록 사람들의 정은 찾아볼 수 없다. 현대에는 죄를 지은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면 자기 잘못을 잘 깨닫지 못하고 법의 질서가 무너져버린다. 이러한 문제점을 자베르는 잘 활용해야 한다. 자베르는 장발장은 체포하되 관용을 베풀어서 장발장은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감옥 안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깨우치도록 도와주고 사랑을 주고 감옥에서도 풀려났을 때 희망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게 자베르는 장발장을 도와주어야 한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관심과 사랑을 주며 관용을 베푼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총평

글 (가)는 ‘관용’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즉 관용이란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것이며, 그 근거로 인간은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문제 속에서 그것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모든 상황에 대해서 관용을 베푸는 데는 사회질서 유지의 차원에서 볼 때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언급한다. 이런 관점에서 글 (나)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베르’의 행동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논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용’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하며, 상황에 맞게 ‘관용’을 어떻게 베풀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관용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형사 ‘자베르’의 행동 양상만을 놓고 옳고 그름을 논한 글이 상대적으로 많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베르의 갈등 양상을 설명하는 것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 말할 수 있으며, 여기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영기 학생은 관용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리 및 적절한 예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이해를 돕는데 충실했다. 특히 서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글 (가)에 대한 정리는 제시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으며, ‘형사’라는 직업적 특수성을 들어 장발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논제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베르의 갈등 양상을 설명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형사’라는 직업적 특수성을 근거로 들어 장발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형사’라는 직업이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했더라면 본인의 주장을 부각시켰을 수 있다고 본다.

박재형 학생은 제시글 (가)에서 제시한 인간의 약점에 관한 내용을 전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제시글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이 삶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나약함’ 때문에 야기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인간 본래의 특성을 보편적인 진리로 인식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펼치는 경우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객관적인 근거나 기준점 없이 ‘인간은 원래 이렇다’는 식으로 간과하고 넘어가버리면 설득력을 상실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경우 인간의 특성 때문에 발생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들을 통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들을 미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활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제시문

(가)인간의 삶은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욕구나 충동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욕구의 충족과 관련하여 도덕적 갈등을 겪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다양한 욕구를 사회 규범과 관련하여 충족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단순한 욕구나 충동에 의해서만 행동하지 않는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욕구 충족과 관련된 자신의 행동이 사회 규범에 어긋나지나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데, 이때 욕구 충족이 도덕규범과 갈등을 일으키게 될 경우에 우리는 도덕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와 같이 도덕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에 우리는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고 말한다. (중략)

이렇듯, 인간은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종종 여러 가지 규범과 부딪치게 되고, 자기의 욕구 충족 행위가 도덕규범에 어긋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는 경우에 도덕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도덕적 갈등 상황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는 욕구와 도덕규범의 내용이 어떤 것인가를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도덕 중 3, 68∼69쪽]

(나)어느 날 밤, 늦게 움막으로 돌아온 왕룽은 큼직한 돼지고지 덩어리가 떠 있는 배춧국을 발견했다. 황소를 잡아먹은 이래 고깃국을 먹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왕룽은 눈을 크게 떴다.

“오늘은 외국인에게 구걸을 한 모양이구먼.”

그는 오란을 향해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평소처럼 아무 말도 없었다. 작은놈이 우쭐하는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훔쳤어. 그건 내 고기야. 푸줏간 주인이 커다란 고깃덩이에서 그걸 배어 놓고 한눈을 팔기에. 그걸 사러 왔던 할머니 팔 아래로 뛰어 들어가 들고 도망쳤지. 그걸 가지고 골목으로 도망쳐, 어느 집 뒷문에 있는 빈 물통에 숨겨 두었더니 형이 왔어.”

왕룽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렇다면, 난 이 고기를 안 먹겠다! 사거나 아니면 구걸해 얻은 고기는 먹을 수 있지만, 훔친 고기는 안 먹겠다. 우린 거지일망정 도둑놈은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는 그는 두 손가락으로 국그릇의 고기를 건져 내어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러자 오란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와, 그 고기를 주워서 물에 헹군 다음 그것을 다시 끓는 국솥으로 집어넣었다.

“고기는 고기일 뿐이에요.”

오란은 조용히 말했다. [대지 중에서]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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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글 (가)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글 (나)는 가난으로 인해 발생된 왕룽 일가의 한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글 (나)에서 왕룽이 겪고 있는 갈등 양상을 설명하고, 이런 그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대해 자신의 생각을 600자 내외로 논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