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샘소나이트 돈가방 전달 시연 눈길

  • 입력 2006년 9월 18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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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채무탕감 로비 의혹 재판이 열린 18일 재판부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샘소나이트' 가방을 이용한 뇌물 전달방법을 비공개로 검증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종석 부장판사)는 이날 공판 시작 3시간전인 오전 11시 비공개 검증을 1시간여 동안 실시해 검찰과 변호인측 공방에서 핵심 논란거리로 떠오른 샘소나이트 가방에 현금을 넣어 전달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연했던 것.

문제의 가방이 법정까지 오게 된 건 로비를 시도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현금다발이 담긴 샘소나이트 가방을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등 `로비 대상자'들에게 건넸다고 검찰이나 법정에서 진술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건넨 돈의 규모에 따라 5000만 원일 때는 가방 1개에 담았고, 1억5000만 원 일 때는 2개에 나눠 넣었으며 2억원이나 2억5000만 원일 때는 바퀴가 달린 가방을 이용했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했다.

반면 돈 받은 혐의를 받는 변씨 등 6명의 피고인들은 김씨가 주로 사무실, 증권거래소 앞, 빌딩 앞 등 공개 장소에서 만났다면서도 큰 가방을 직접 줬다는 증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해 왔다.

재판부는 이날 구권 화폐 2억5000만 원을 준비해 1000만 원짜리 묶음으로 쪼갠 뒤 금액별로 5000만 원ㆍ1000만 원ㆍ2억5000만 원을 만들어 각각 가방에 나눠 담는 과정을 시연해가며 김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검증했다.

검찰은 김씨가 사용했다고 진술한 샘소나이트 가방 등 가방 3종을 준비했고 변호인들도 몇 종을 가져왔다. 김씨가 2억원을 담아 박상배씨에게 건넸다는 더플백도 등장했다.

재판부는 돈이 담긴 가방의 크기와 무게를 잰 뒤 김씨가 가방을 들고 걷도록 해 `자연스런' 전달이 가능한지를 살폈고 재판장이 직접 `돈을 주고받는 자'가 돼 가방을 들어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석 부장판사는 "뇌물 수수 여부를 놓고 양측 주장이 워낙 엇갈려 시연을 해봤다. 빠른 시일 안에 검증 결과를 정리해 재판에 참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2시부터 열린 속행공판에서는 재판부가 검찰에 △피고인들의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한 의혹 내역 △하재욱 전 산업은행 팀장 등 일부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배임 혐의의 구체적 내용과 이들에게 채권 회수 `임무'가 있다고 본 근거 등을 분명히 밝혀달라며 석명을 요구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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