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 파업 13일 조합원 투표로 종결 전망

  • 입력 2006년 9월 12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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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일 계속된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건설노조는 노사가 지난달 중순 마련한 잠정합의안에 대해 13일 오후 2시 포항 남구 장흥동 포항철강공단 안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전체 조합원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조원 사이에서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로 파업 여부를 결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노사교섭단은 지난달 12일 임금 평균 5.2% 인상을 비롯해 토요유급휴무제 대신 오후 5시까지 근무하면 일당의 1.5배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6개항에 잠정합의했으나 노조 집행부는 주5일 근무 및 토요유급제 등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해 파업이 이어져 왔다.

▽합의안 수용 분위기 우세=노조집행부는 공사현장으로 복귀하는 노조원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투표를 요구하는 노조원이 다수여서 이를 받아들였다.

집행부 측은 "노조 최대 분회인 기계 및 전기분회의 협상안이 나온 만큼 조합원 전체의 뜻을 물어도 되는 상황"이라며 "모든 노조원에게 투표일정을 통보했으니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집행부 일부 관계자들은 11일 포스코건설과 전문건설협의회를 찾아가 장기 파업에 따른 피해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으며, 폐업한 건설업체들에 대해서도 선처를 요청했다.

합의안에 대해서는 찬반투표에서 수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사현장에 복귀하는 노조원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합의안은 가결된다.

1일부터 노조원 100여 명이 현장으로 돌아온 이후 12일 현재 포항제철소 안 30여 개 공사장에 복귀한 노조원은 510여 명이다. 이들은 비노조원 1300여 명과 함께 사실상 공사를 재개했다. 정상적인 공사에 필요한 인원(3000~3500명)의 60%에 해당된다.

지난주부터 현장에 복귀한 노조원 최모(49) 씨는 "이제 집행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복귀하는 노조원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지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데 민노총이 개입하면서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결과적으로 노조원들만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노조원 2500여 명 가운데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원은 투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난 노조원이 투표를 하기위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추석이 고비인 건설업체들=투표 이후 정상적인 공사가 시작되더라도 건설업체들이 경영난을 이겨낼지 불투명하다. 이미 건설업체 3곳이 폐업신고를 했고 나머지 업체들도 자금난이 심각한 실정이다.

전기분야 업체의 대표는 "20여 일 앞으로 닥친 추석자금 확보가 비상이라는 게 업체들의 한결같은 걱정"이라며 "차라리 추석 이후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많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들은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에서 한 달 단위로 일을 한만큼 공사대금(기성금)을 받기 때문에 현재 운영자금이 바닥난 경우가 많다.

지금으로서는 포스코건설의 자금 지원이 거의 유일한 대책이다. 포스코건설 한동식 사업지원팀장은 "이번 달 기성금을 당겨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건설업체와 협의해 최대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건설협의회 기계분야 박두균 회장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투표를 통해 파업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노사 쌍방이 큰 피해를 입은 만큼 빨리 정상화가 되도록 원청업체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건설노조 출범=찬반 투표를 계기로 포항건설노조가 2개로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노조원들은 7일 노조집행부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민노총 탈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조만간 한국노총 포항지부를 설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기업노조는 복수노조를 설립할 수 없지만 지역노조나 산별노조는 복수노조가 가능하다.

새 노조 설립준비위 관계자는 "강경 파업 위주의 노동운동으로는 안 된다는 뜻을 집행부에 여러 번 전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시민과 국민이 인내할 수 없는 파업을 주도하는 집행부와는 더 이상 같은 길을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새로운 노조설립에 동의하는 노조원은 현재 300여 명가량이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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