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서울 도곡중학교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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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중 4층 체력단련실에서 진동융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학생들이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학교’에선 항상 웃음꽃이 피어난다. 홍진환 기자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중 4층 체력단련실에서 진동융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학생들이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학교’에선 항상 웃음꽃이 피어난다. 홍진환 기자
《6일 오전 10시 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중 4층 체력단련실.

“여기에 힘을 더 줘야지.”

진동융(46) 교사가 운동을 하던 1학년 남학생의 배를 살짝 쳤다.

“야, 폭력교사다.”

학생 10여 명이 일제히 까르르 웃었다.

“선생님, 이거 몇 번이나 들었다 놓아야 해요?”

“벤치프레스는 어깨와 팔, 가슴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야. 8번씩 세 차례 반복하면 ‘몸짱’이 될 수 있단다.”

‘몸짱’이란 말에 다시 웃음보가 터졌다.》

격의 없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교사와 학생을 도곡중에선 흔히 볼 수 있다. 이 학교의 교무실 문은 여느 학교와 달리 항상 열려 있다. 엄숙하고 조용한 일반 학교의 교무실과는 사뭇 다르다.

류오현(60) 교장은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항상 열어두기 때문에 교무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학생들 소리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학교’인 도곡중에선 교사와 학생이 활발히 의견을 나눈다.

새 학기가 되면 담임교사는 아이들과 집단으로 상담하며 서로의 성격, 취미, 특기를 알아나간다. 교사는 반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환경보호나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인성을 기르고 서로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신경을 쓴다.

이 학교는 ‘체벌과 폭력, 명령이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2001년부터 담임교사와 함께하는 특별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1년에 최소한 두 차례 이상 담임교사와 음식을 함께 만들거나 등산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영화 관람, 노래 부르기, 양재천 함께 걷기 등 다양한 특별활동 내용도 학생이 스스로 정하게 한다.

2학년생 최지은(15) 양은 “우리 반은 매달 한 번씩 특별활동을 하기 때문에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끼리도 서로 친해져 ‘왕따’가 없다”며 “6명씩 모둠을 만들어 ‘모둠일기장’을 쓰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곡중은 학생이 잘못했을 때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등 벌은 주지만 교사가 회초리를 드는 일은 거의 없다.

최옥희(53·여) 교무부장은 “사제간의 돈독한 유대관계 덕분에 학생 지도가 수월하다”며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에 정해진 상담시간 외에 수시로 개인 및 단체 상담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학칙은 학생들 작품이다. 각 반 회장들이 급우들의 의견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대의원회에서 학칙을 개정하거나 개선안을 만들어 학교에 건의한다. 이런 방식으로 머리 길이를 남학생 7cm, 여학생 20cm로 정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 벨 소리가 수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휴대전화 사용 규정도 만들었다.

지난해 대의원회에서는 학년별로 30여 개의 동아리를 만들어 1주일에 한 번씩 교사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했다. 볼링, 배드민턴, 테니스 등 여러 동아리 중 하나를 학생이 선택하면 담당 교사가 지도하면서 경기를 함께 즐긴다.

3학년 임유진(18) 양은 “정규 수업이 끝난 뒤 전교생의 40% 정도가 방과 후 교실에서 특별수업을 받는다”며 “일본어 중국어 과학실험 등 지식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방과 후 교실을 통해 선생님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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