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학부생활 체험한 서울대생들 “이것이 부러웠다”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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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시간에 교수와 의견이 달라도 학생들이 굽힘없이 자기주장을 펴는 게 한국과 달라 보이더군요.”(김한성·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여름학기 수강)

“강의와 관련된 것이라면 수업시간에 어떤 종류의 질문을 해도 교수님들이 다 받아 줬어요.”(이주리·미국 윌슨대 교환학생)

한국의 학부와 외국 명문대의 학부 강의실 수업 풍경은 어떻게 다를까.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은 최근 외국 대학의 학부 강의를 경험한 서울대생 21명의 수기를 모아 ‘외국 대학의 학부 강의 사례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학생들에게는 공부법을, 교수들에게는 학부 강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것.

수기를 쓴 학생들은 외국 대학 강의의 특징으로 자유롭고 격식을 차리지 않는 수업 분위기, 활발한 토론, 교수와의 긴밀한 관계 등을 꼽았다.

2003년 교환학생으로 윌슨대에서 강의를 들은 이주리(26·여·영어영문학 석사과정) 씨는 “교수와의 관계가 한국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했다”고 평했고 2005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여름학기 수업에 참가했던 김한성(27·국어국문학 4년) 씨는 “강의실에서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펴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라고 밝혔다.

강의실의 자유로운 공기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로 이어졌다고 수기를 쓴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2001년 여름학기를 수강한 박현영(24·여·경영학 석사과정) 씨는 “교수가 겨우 한두 마디를 하는 동안에도 학생 수십 명이 질문을 던지기 위해 경쟁적으로 손을 들었다”며 “교수들은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면서도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놀라워했다.

2006년 봄 학기를 호주 멜버른대에서 보낸 김종훈(20·경제학 2년) 씨는 “열람실보다 토론실이 많은 도서관, 열정적으로 토론을 벌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도 한국 대학과 다른 점으로 꼽혔다.

프랑스의 고등전문교육기관 그랑제콜 ESC 루앙에서 수학한 이병훈(23·경영학 4년) 씨는 “프랑스 교수들은 학생들과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함께 파티를 했다”며 부러워했다.

강의 분위기는 자유스러웠지만 공정한 평가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갖춘 곳이 많았다.

캐나다 앨버타주립대 경제학 수업에서는 공식의 증명 과정이 다른 학생과 완전히 같아서는 안 된다는 채점 기준을 갖고 있었다. 일본 히토쓰바시대의 경제학 강의에서는 강의 전에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을 평가하는 ‘피드백’ 종이를 나눠 주고 강의가 끝나면 피드백을 받아 교수에게 전달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준성(38) 선임연구원은 “교수들은 주로 대학원과정을 외국에서 나왔기 때문에 학부 교육 경험이 많지 않은 편”이라며 “교무처와 교수학습개발센터 내의 각 기관에 자료집을 배포해 향후 강의 개발에 반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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