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잠원동 초등교 신설논란 명예훼손訴 번져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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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연습장과 상가가 들어서 영업 중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학교 용지(잠원동 66-2 일대 3195평)에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과 대립이 확산되고 있다.

골프연습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서울 강남교육청은 부족한 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을 듣고 땅을 매입했던 P건설사와 감사원은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학교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와 주민 간의 대립을 뛰어넘어 기관 대 기관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학교 설립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권고한 감사원을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아파트 외벽에 내건 주민 4명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에 앞서 올해 4월에는 “(문제의 용지에) 10년간 학교를 설립할 계획이 없다”고 P건설사 관계자에게 설명했다가 법정에서 이를 번복한 당시 서울시교육청 고위 간부(현 부산교육청 소속)가 위증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시간 끌기’ 앞에 무력한 감사원 권고=골프연습장 영업을 시작한 지 불과 3, 4개월 만에 학교 설립이 추진되는 데 반발해 사업자 측은 2003년 10월 강남교육청을 상대로 ‘학교시설사업 시행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2004년 10월)과 2심(2005년 7월)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대법원 판결만 남겨 놓고 있다.

아파트 주민과 건설사, 교육청 사이의 해묵은 논란에 감사원이 개입한 것은 지난해 여름.

감사원은 반원 신동 원촌 등 인근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32명으로 서울시교육청의 과밀기준인 41명에 미치지 못하며, 저출산에 따른 학생 감소로 2009년에 11개, 2011년에 24개의 교실이 남아돌 것이기 때문에 학교 설립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것.

주민들은 이에 대해 이들 학교가 임시방편으로 가건물을 지어 과밀을 해소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감사원 권고가 있은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감사원 개입을 계기로 갈등이 해소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감사원을 비난한 주민들이 기소되는 등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남교육청은 “충분히 검토한 후 다시 보고하겠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주민대표는 “남은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하면 감사원 권고와 상관없이 학교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P건설사 관계자는 “감사원의 재검토 권고에도 불구하고 570억 원이나 들여 학교 설립을 추진한다면 감사원 감사는 무엇 때문에 하느냐”며 “공공기관의 말만 믿고 땅을 매입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빼앗으려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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