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초등생 49재 맞아 성폭력 피해 어린이 추모

  • 입력 2006년 4월 6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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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지나면 정말 네가 떠난다는데…. 아동 성폭력 없는 저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 믿지만 너를 다시 엄마 아빠 눈으로 보고 싶구나."

용산 초등생 살해 유기 사건 희생자 허모(11) 양의 49재를 맞은 6일 낮 서울 중구명동성당 앞에서는 YMCA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등 청소년·여성단체 주최로 성폭력피해 아동 추모제가 열렸다.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서 진행된 이날 추모제는 살풀이 춤으로 희생된 어린이의 넋을 위로하고 아이의 빈자리를 상징하는 작은 나무의자에 조화를 바치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서울시내 사찰에서 49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추모제에 참가한 허양 아버지(38)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가족의 희망이고 전부였던 너를 꿈에서라도 다시 만나면 좋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고 추모제를 지켜보던 이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허 씨는 어린이 성범죄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이웃 주민에게 어린이 성범죄 전과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청소년 대표로 참가한 고교 1학년 황선영 양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술에 취한 사람 곁에 가지 말고 어두운 곳을 피해 다니면 아동·청소년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건가요"라며 확실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최 단체는 "1999년 7세 여자 어린이가 41세 동네 아저씨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2001년 4세 여자 어린이가 아동 성범죄 전과자인 이웃에게 같은 방법으로 죽임을 당한 뒤 2006년 허 양이 또 희생됐다"며 관계당국이 재발 방지에 힘을 쏟을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들은 추모제 뒤 "어린이 성범죄 사건이 일어나면 전국이 충격과 분노로 들끓다가도 이내 잊혀져버리지만 어린이의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며 시민의 관심을 촉구하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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