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때 금융브로커 김재록씨 구속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대중 정부 시절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된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가운데)이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김대중 정부 시절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된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가운데)이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김재록(金在錄·46·구속)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의 구속은 수사의 시작일 뿐이다.”

김 씨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채동욱(蔡東旭)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김 씨의 구속을 ‘서막’에 비유했다. 김 씨의 구속이 서막이라면 수사의 ‘본막’은 김 씨가 정계와 금융당국, 금융기관 등의 실력자들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벌인 로비의 실체가 된다.

특히 검찰이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번 사건이 거물 브로커 ‘윤상림 씨’ 사건을 능가하는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김 씨의 구속영장에는 김 씨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은행 고위 관계자에게 금품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포함돼 있다.

김 씨는 2002년 6월 부실 금융기관이어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신동아화재 매각 과정에 개입해 신동아화재 인수를 추진하던 S투자평가원 원장 정모 씨에게서 1억5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당시 정부가 신동아화재를 대한생명과 묶어 매각하려는 방침을 정하자 S투자평가원 정 씨는 “재경부와 금감위 공무원에게 부탁해 신동아화재만을 분리해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김 씨에게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다. 신동아화재는 대한생명을 2002년 인수한 한화그룹에 일괄 매각됐다.

검찰은 구속된 김 씨를 불러 2002년 당시 김 씨가 재경부와 금감위 고위 인사들에게 정 씨의 신동아화재 인수 청탁과 함께 로비자금을 전달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김 씨는 또 2005년 5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 민자역사 쇼핑몰의 임차·운영권을 따낸 S사로부터 “쇼핑몰 건축비 75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을 받고 S사가 500억 원을 대출받도록 도와준 뒤 그 대가로 11억 원을 받았다.

대출은 S사가 500억 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해 우리은행이 이를 지급보증하고 하나은행이 이 채권을 담보로 500억 원을 대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 씨는 또 지난해 6월 경기 부천시 T쇼핑몰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T사 대표 정모 씨에게서 “공사비 등을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은행 관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정 씨가 우리은행에서 325억 원을 대출받도록 도와준 뒤 그 대가로 2억 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김 씨가 알선한 2건의 대출이 모두 성사된 점에 주목하고 김 씨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로비를 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김 씨가 DJ 정부 시절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한 이헌재(李憲宰) 전 재경부 장관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 전 장관과 이 전 장관 인맥을 일컫는 ‘이헌재 사단’의 인물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