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앞둔 노인… 탈북자… 대안학교 성지중고 784명 졸업식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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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 구민회관에서 열린 성지중고교 졸업식에서 뒤늦게 고교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이 교장선생님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홍진환 기자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 구민회관에서 열린 성지중고교 졸업식에서 뒤늦게 고교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이 교장선생님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홍진환 기자
“제때 못 배운 한을 이곳에서 풀고 갑니다.”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구민회관에서는 정규 교육을 중단한 청소년과 중장년층을 위한 대안학교인 성지중고의 제18회 졸업식이 열렸다. 중학교 260명, 고교 524명 등 졸업자 784명은 역경을 이겨 내고 졸업하는 서로를 축하했다.

김석조(金錫朝·58) 정승애(鄭昇愛·59·여) 씨 부부는 각각 우등상과 선행상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정 씨는 “나와 남편은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했다”며 “‘동네 사람들이 알면 부끄럽다’고 버티는 남편을 설득해 중고교 4년 과정을 함께 마쳤다”고 말했다. 정 씨는 국악 공부와 학업을 병행해 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전수자로 호원대 국악과에, 김 씨도 같은 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해 겹경사를 맞았다.

새터민(국내 정착 탈북자) 신국철(申國哲·22) 씨도 남한의 고교 졸업증을 받아들고 감격스러워했다. 2001년 어머니 누나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한국에 온 신 씨는 낮에는 자동차정비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과정을 다니면서 향학열을 불태웠다.

최고령 졸업생 9일 성지중고교 졸업식에 참석한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왼쪽)가 최고령 졸업생인 전규화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해 주고 있다. 석동률 기자

그는 “지난해 대입 수시모집 기회를 놓쳤지만 앞으로 치기공학을 전공해 이가 아파 고생하는 어머니에게 의치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소아마비 장애인 양진수(梁鎭洙·46) 씨는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대통령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의 특별한 축하를 받았다. 양 씨는 호원대 아동복지학과에 합격했고 전 학년 개근상도 받았다. 최고령 졸업생인 전규화(全奎和·76) 씨도 중학교 졸업장을 손에 들고 “60년 만에 꿈을 이뤘다”며 즐거워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이 학교 자문위원장인 강지원(姜智遠) 변호사, 류봉식(柳鳳植) 법무부 범죄예방위원전국연합회장 등도 참석해 늦깎이 졸업생들을 축하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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