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2동 김희환(金禧煥·57) 동장은 토요일이면 광주 광산구 평동공단의 한 공장으로 출근한다. 제과류 포장지를 만드는 공장에서 8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15만 원을 받는다.
묶음 당 30kg이 되는 포장지를 감고 상자를 나르는 일이 힘들지만 아이들 손에 쥐어져 있는 적금통장을 생각하면 고단함이 싹 가신다.
올 7월 화정2동장으로 부임한 김 동장은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를 통해 관내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소년소녀 가장의 사정을 알게 됐다.
아버지는 정신지체장애인이고 어머니는 가출해 큰어머니와 함께 사는 여중생, 이혼한 부모가 소식을 끊는 바람에 고아 아닌 고아가 된 3자매 등의 사연을 듣고 도울 방법을 찾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친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첫 월급을 받은 뒤 소년소녀가장 3세대(6명) 앞으로 월 5만 원씩 납입하는 3년 짜리 만기 적금을 들었다. 3년 뒤 180만 원을 타면 대학 입학금으로 주기로 했다.
김 동장은 “큰 돈은 아니지만 내가 흘린 땀만큼 아이들의 통장에 꿈과 희망이 차곡차곡 쌓여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10여 평 남짓한 셋방에서 사는 세 자매를 위해 한국주택공사로부터 어렵게 전세자금을 타서 새 집을 마련해줬다.
그는 구청 가정복지과(현 사회복지과)에서 근무하던 1990년부터 11년간 소년소녀가장 12세대에게 매달 월급의 일부를 떼어 남몰래 도와줬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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