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개방 관악수목원, 7개월만에 다시 문닫을판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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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가지만경기 안양시 서울대 관악수목원에 조성된 복장나무(단풍나뭇과) 화단에서 등산객들이 1, 2년생 묘목들을 뿌리째 뽑아 가고 밟는 바람에 흙바닥이 드러났다. 안양=정세진 기자
앙상한 가지만
경기 안양시 서울대 관악수목원에 조성된 복장나무(단풍나뭇과) 화단에서 등산객들이 1, 2년생 묘목들을 뿌리째 뽑아 가고 밟는 바람에 흙바닥이 드러났다. 안양=정세진 기자
1965년 이후 40여년 만인 올해 4월 말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서울대 관악수목원의 희귀식물들이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채취와 파손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측은 수목원을 다시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일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면적 1501ha(약 454만 평)로 1700여 종, 8만 그루의 수목 등을 보유한 관악수목원은 개방 이후 일주일에 5, 6건씩 나무의 묘목과 희귀식물 등을 도난당하고 있다.

이미 600∼700평 규모의 달리아는 물론 멸종위기 희귀종인 산백합, 자생종 할미꽃, 매발톱 등이 등산객들에 의해 거의 훼손됐다. 현재 산백합은 30여 그루 중 10그루밖에 안 남았으며, 자생종 할미꽃은 6그루 중 2그루만 생존해 있는 상황.

또 얼마 전 인기드라마 ‘대장금’에서 약재로 쓰였던 허깨나무 등은 새로운 잎이나 순이 나오는 즉시 등산객들에 의해 도난당하고 있다.

황량한 비닐하우스
경기 안양시 서울대 관악수목원 비닐하우스에서 발아시키는 단풍나무 씨앗 분토가 등산객과 주민들에 의해 도난당해 여기저기 빈자리가 남아 있다.

특히 연구용 희귀식물들의 경우 전문가들 사이에서 도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서울대 측은 보고 있다.

하지만 수목원 측은 이를 막을 방도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관리인원 4명에 주중에만 나오는 공익요원 4, 5명으로는 수목원 전체를 관리하기가 역부족이다. 등산객들이 주로 주말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작물을 캐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농생대 이경준(李景俊) 교수는 “수목원에 심어 연구를 하고 싶어도 등산객이 무서워 식물 표본을 심을 수가 없다”며 “최악의 경우 수목원을 다시 폐쇄하는 방안까지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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