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철새가 주기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이유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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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논술 주제

철새는 한곳에 계속 머무는 텃새와 달리 계절에 따라 남북간의 먼 거리를 이동하곤 한다. 이 때문에 철새 이동 경로를 따라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철새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기도 한다. 철새가 주기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실험방법을 80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 학생글 - 서대찬 인천외국어고 2학년

조류독감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①이 조류독감의 바이러스가 철새를 매개로 하여 전 세계에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②철새의 이동 원인이 왜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연 철새는 왜 이동하는 것일까? 우선 텃새를 살펴봄으로써 철새의 이동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③우리나라를 살펴보면 텃새도 철새도 모두 공존하고 있는 상황을 알 수 있다. ④여기서 철새와 텃새의 어떤 특성이 새들의 이동을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⑤나는 이 현상이 새들의 환경 적응력이 새들이 이동하는 원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방법을 생각했다.

우선 우리나라의 대표적 철새인 제비를 대조군과 실험군으로 각각 나눈다. 그리고 역시 대표적 텃새인 참새도 대조군과 실험군으로 각각 나눈다. ⑥그 후 모든 군의 서식 환경을 여름 평균 온도인 25도로 조성하고 각 군은 먹이를 모두 일정하게 공급한다. 이 후 참새와 제비의 실험군의 온도를 하루에 1도씩 낮춘다. ⑦어느 시점에 이르러 각 새들의 대조군과 실험군을 비교해 보면 대조군 새의 움직임보다 활동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실험군의 새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철새의 움직임은 텃새의 움직임에 비해 굉장히 둔감해질 것이다. 이 방법으로 철새는 그들이 서식하는 곳의 온도에 밀접한 영향을 보여, 자신의 생장 환경에 변화가 오면 그에 적응하기 위해 이동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⑧알려지지 않은 철새의 신비한 이동! 그들의 움직임이 이제 인간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⑨우리 모두 새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해야 할 것이다.

■ 첨삭지도

① 논술 문장은 가급적 짧게 쓰는 것이 좋다. ‘확장’이라는 단어도 안 맞는다. ‘철새의 이동 경로를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② 표현이 매끄럽지 못하다. ‘철새의 이동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도로 쓰면 될 것 같다.

③ 단순한 표현이 오히려 의미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철새와 텃새가 공존한다’로 고치자.

④ 철새의 이동 원인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여기서는 번식과 먹이 등과 같이 철새의 이동을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설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다.

⑤ 논술문에서 1인칭 표현인 ‘나는… 생각했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환경 적응력이 철새의 이동 원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할 것이다.’

⑥ 실험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서술이 필요하다. ‘서식 환경을 여름 평균 온도인 25도로 조성한 후 각 군에 먹이를 일정하게 공급한다.’

⑦ 실험군 새들의 활동량이 떨어지는 시점을 명확히 밝혀 주면 좋았을 것이다. 일반적인 서술로는 글의 설득력을 높일 수 없다. ‘…있을 것이다’라는 표현은 막연한 추측처럼 보일 수 있다. 자신감 있게 글을 쓰자.

⑧ 철새의 이동 원인을 써놓고 철새의 이동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논술에서 감탄조의 표현은 삼가야 한다.

⑨ 새와 인간의 공존은 논제와 관련이 없으므로 결론으로 타당하지 않다.

■ 총평

‘제비는 작아도 강남을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철새인 제비가 때가 되면 강남으로 돌아가는 것을, 속담은 작은 생물일지라도 제 할 일을 다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여기서 강남은 중국의 양쯔(揚子) 강 이남의 따뜻한 지역이다.

어떤 실험에 따르면 철새들은 수백 km나 떨어진 같은 장소로 대부분의 개체가 되돌아갔다. 철새들이 갖은 역경을 무릅쓰고 먼 거리를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가설을 세워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본 논제는 스스로 실험 설계하여 철새의 이동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보기 위한 것이다.

철새의 이동은 먹이와 번식이라는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의 글은 서식지의 온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철새가 이동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은 올바른 결론으로 보기 어렵다. 적응은 그가 살고 있는 환경의 심각한 변화에 대처해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으려는 동물의 행동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첨삭지도’란에서 지적한 것처럼 글의 곳곳에서 부정확한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표현을 통해 의미 전달에 주력하는 글쓰기 연습을 하자.

정규태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생각 넓히기

동물의 행동은 개체 유지나 종족 보존을 위한 것이다. 진화론 관점에서 보면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유전자가 자연으로부터 선택받아 후손에게 물려진다. 철새가 한 곳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남북으로 이동하면 일정한 기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외에 개체 유지나 종족 보존에 어떤 점들이 이로운지 생각해 본다. 반면에 텃새들은 같은 조류이지만 이동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미지의 자연현상이나 문제를 해결할 때 쓰는 과학적 탐구방법에는 가설 연역법과 귀납법이 있다.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에서 활용하는 가설연역법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점이 변인(變因) 통제다. 실험에서 밝히려고 하는 변수를 제외한 모든 조건은 비교실험에서 같아야 한다. 철새가 이동하는 이유를 기온 변화에 대한 적응성으로 생각했다면 실험구와 대조구로 나눠 실험할 때 기온 변화 외의 모든 조건은 같도록 해야 한다.

남다른 문제 인식은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다. 여러 대학의 과학 논술에서 수험생이 과학자로서의 잠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하여 과학적 탐구방법에 관한 질문을 빈번히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남들이 그냥 지나친 현상에 주목해서 큰 성과를 남긴 연구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대비 방법이다.

이정록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고교생 다음(11월22일) 주제

제주 국제자유도시나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학교를 설립하고 국내 학생에게도 문호를 일부 개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교육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외국학교를 국내에 유치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교육시장 개방은 교육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11월 18일까지, 중학생은 11월 25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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