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육필 증언록 “김일성 주석궁 폭파못해 억울…”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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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발생한 ‘실미도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실미도 부대원 4명이 생전에 쓴 육필 증언록이 국방부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수개월 전 공군 문서고(文書庫)에서 1971년 8월 23일 실미도 부대원들이 버스를 탈취해 서울로 향하다 수류탄으로 자폭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4명이 직접 작성한 증언록을 발견했다.

이들은 군법회의에서 초병 살해죄와 살인죄, 방화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1972년 3월 서울 구로구 오류동 공군부대에서 사형되기 직전에 모두 10여 쪽 분량의 이 증언록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성(姓)이 임 씨, 이 씨, 김 씨(2명)로만 알려진 이들은 증언록에서 북파 부대원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혹독한 훈련 실태, 급여 내용 등을 자세히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증언록 내용 중에는 ‘수개월간 봉급이 밀렸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실미도 부대원들은 전원 민간인이었다는 당시 국방부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이들이 군 당국으로부터 정식으로 군인 신분을 인정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증언록에는 또 “김일성 주석궁을 폭파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게 돼 억울하다”, “부모형제가 너무나 보고 싶다”는 내용 등 사형을 앞둔 부대원들의 솔직한 심경도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입수된 증언록은 실미도 부대원들이 직접 작성한 유일한 문서로 실미도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올해 말에 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실미도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이 증언록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실미도부대에서 기간병들과의 충돌로 숨진 부대원들의 시신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서울시립묘지 일대와 사형당한 부대원들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당시 공군부대 뒷산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는 실미도사건진상규명 특별조사단장 명의로 5월 전체 부대원 31명 중 신원이 확인된 21명의 유가족에게 사망통지서를 보냈다.

:실미도사건이란:

1971년 8월 23일 인천 용유도 인근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던 북파 부대원들이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탈출한 뒤 버스를 빼앗아 청와대로 향하던 중 군 병력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한 사건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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