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고교평준화 제도

  • 입력 2005년 10월 25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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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논술 주제

고교평준화 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준화 찬성론자들은 학생들의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고 교육 여건 개선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 선택권을 허용하지 않고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함으로써 오히려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평준화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하시오.

■ 학생글 - 김태엽 서울 영동고 2학년

“매일 아침 ①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②머리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이 가사는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라는 노래이다. 이 가사는 비록 짧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③한국의 고교생들은 전부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내용을 같은 기간에 이수하고 있다. 이것은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자리 잡아 온 대중교육의 표본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④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노동자의 질을 높이는데 효과를 발휘했던 대중교육이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가 점차 쇠퇴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자리 잡아 가면서 ⑤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⑥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현대산업에서 획일적인 교육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⑦평준화 찬성론자들은 평준화 정책으로 입시경쟁과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하지만 교육 당사자인 고등학생의 입장에서는 전혀 변화된 것을 느낄 수 없다. 여전히 사교육비 지출은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고, 입시 경쟁 또한 서울 소재 명문대 중심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분, 적분을 척척 풀어내는 아이부터 근의 공식조차 모르는 아이까지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교육이다. 상위권 학생은 너무 쉬어서, 하위권 학생은 너무 어려워서 안 듣는 중위권 위주의 수업은 수업 분위기를 해치고 수업의 질을 떨어뜨린다.( ⑧ )

이러한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들로 ⑨바라볼때, 이제는 평준화가 아닌 수준별 및 다양화 교육을 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고 본다. 또한 단순히 공부 잘하는 학교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래 잘하는 아이는 ⑩노래 잘하는 학교에, 축구 잘하는 아이는 축구 잘하는 학교에 가서 서로 비슷한 아이들끼리 경쟁과 교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할 것이다.

■ 첨삭지도

① 한글 맞춤법의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는 규정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띄어 써야 하나 ‘다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된다.

② ‘머리 안의 추상적인 공간’을 뜻할 때는 한 낱말로서 사이시옷을 받쳐 ‘머릿속’으로 써야 한다.

③ 국내에만 국한하기보다는 국내외의 경우를 대비하면서 서술하는 것이 더 좋다. 논술의 중심은 ‘비교·대조’에 있다.

④ ‘대중교육이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노동자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 그것의 역할이 다소 변했다’ 정도가 좋을 것이다.

⑤ ‘idea’는 어떤 일에 대한 구상으로 ‘창의성’과 중복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창의적 사고’ 정도가 좋은 말이다.

⑥ ‘창의적 사고, 혹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획일적인 교육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간의 재능을 계발하는 데 획일적인 교육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로 바꾸면 더 자연스럽다.

⑦ 내용 파악이 잘못된 진술이다. 여기서 평준화로 인한 사교육비 절감 효과는 초·중학교의 경우이다. 우수 고교에 진학하기 위해 중학교에서 치열한 입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고교평준화였기 때문이다.

⑧ 이 부분에 구체적인 방안을 넣어야 한다. 어느 입장이든 내용 전개는 추상적인 방안보다는 사례 중심으로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⑨‘바라볼 때’로 띄어 써야 한다.

⑩ ‘노래를 전문으로 가르치는’이 바람직하다.

■ 총평 - 문제점 지적-완결성 좋았으나 대안제시 아쉬워

논술에서 서론은 전체 글의 인상을 좌우한다. 서론에서는 구체적 사건이나 체험담을 소개하거나, 시사적인 내용을 언급하거나, 인용을 하는 등 주로 ‘주의 환기’의 방법이 이용된다. 혹은 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거나 개념을 정의하며 시작하기도 한다. 이 글의 경우, 논제가 청소년 문제와 연관되는 것임을 감안하고 의식 있는 대중가요를 이용하여 ‘주의 환기’를 한 점이 돋보인다. 참신성에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을 논술하라는 논제에 충분한 답을 하지 못한 오류를 범했다. 논술 답안에서 글의 단단한 형식보다는 논제에 충실한 답안이 우선이다. 이 경우 형식적 완결성은 칭찬할 만하지만 주의를 환기하고 문제점만 열거하다가 정작 중요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오류를 범한다. 즉, 포장에만 신경을 쓰다가 알맹이를 빠뜨린 격이다. 시범 실시 중인 자립형 사립고 등을 대안이나 논거로 제시했으면 더 좋은 글이 됐을 것이다.

대안 제시는 전지연(신명여고), 신수진(분당 중앙고) 학생의 글이 오히려 돋보였다(http://edu.donga.com/nonsul/ 참조).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만기 평촌 국어나라학원 대표


■ 생각 넓히기

①인적 자본 및 지식과 정보가 가장 중요한 생산 요소인 정보화시대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상품과 교육서비스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한다.(경제, 윤리)

②정치 목적을 띤 포퓰리즘적 교육 정책은 교육 자체의 질적 하락은 물론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정치, 윤리)

③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교육복지 정책’과 무한 경쟁의 세계화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창출할 동량을 키우는 ‘수월성교육 정책’이 교육 정책의 두 가지 방향임을 이해한다.(사회문화, 정치)

④헌법 31조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능력에 따라’를 강조하면 평준화 정책을 반대할 수 있고 ‘균등하게’를 강조하면 평준화 정책을 지지하는 쪽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법과사회, 윤리)

⑤교육 정책의 목표로 형평성과 수월성 중 어떤 것이 더욱 중요하냐는 가치 판단의 문제다. 평준화의 실시로 수월성과 형평성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느냐는 사실 탐구의 문제임을 알고 가치문제와 사실 문제를 구분한다.(일반사회, 사회문화)

최 강 최강학원장


■ 고교생 다음(11월 1일) 주제

학생 체벌에 대한 시비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사의 체벌이 지나쳐 학생이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체벌에는 교육적 목적도 있어 무조건 금지할 경우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체벌을 무조건 금지해야 할지, 아니면 교육적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10월 28일까지, 초등학생은 11월 4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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