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테이프 압수]국정원 자체조사결과 뒤집힐수도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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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을 인정하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이는 도청 테이프를 추가 확보함에 따라 당시 국정원장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국정원 자체 조사 뒤집히나=국정원은 지난달 5일 자체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2002년 3월 감청 장비를 완전 폐기했으며 이후 모든 불법 감청이 완벽하게 근절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 실무 직원과 간부들이 검찰 조사에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등이 2002년 대선 직전 폭로한 도청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부실’ 판정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문제의 문건 중에는 그 후(2002년 3월 이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담긴 통화 내용은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대북 비밀 지원 등과 관련해 2002년 5, 8, 9, 10월 등에 이뤄진 것들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검찰이 이달 초 국정원 감청 장비를 다루는 전직 과장급 집에서 추가 압수한 도청 테이프도 국정원 발표와 배치된다. 국정원이 “현재 불법 감청 테이프나 녹취록, 파일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발표했기 때문.

▽당시 국정원장들 어떻게 되나=검찰은 이번 주말부터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들을 불러 도청 사실 사전 인지와 보고, 외부 유출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이 지시는 하지 않았더라도 직원의 도청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형법상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직무유기죄는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처벌이 어렵다.

국회에서 “도청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사실이 드러나면 국회 고발에 의해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도청 자료의 외부 유출 여부.

도청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과 국정원직원법을 모두 위반한 것이 된다. 법조계에서는 “도청 사실을 알고 청와대 등에 보고했다면 도청 자료 유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소시효는 모두 7년.

현재로선 문건이 작성된 시기에 국정원장이었던 신건(辛建·2001년 3월∼2003년 4월) 전 국정원장이 1차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원장의 경우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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