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반대” 국공립대 교수들 거리로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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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가 24일 법인화 반대 집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저지 운동에 들어갔다.

과거 5, 6공 때 시국 문제로 대학 교수들이 거리로 나선 적은 있지만 최근 대학 정책과 관련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교련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전국 45개 회원 대학 소속 교수 1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대 법인화 추진 반대를 위한 전국 국공립대교수대회’를 갖는다.

국교련은 대회를 마친 뒤 종로3가∼청계천∼을지로∼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법인화 추진 배경=교육부는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예산 조직 인사 등 국립대 운영 전반을 관리 감독했지만 앞으로는 국립대를 특수법인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국립대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립대 회계가 법인 회계로 일원화돼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총장, 지역 인사, 총동문회 대표 등으로 구성된 대학 이사회가 학교를 운영하게 된다. 교수 교직원의 신분은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국립대 지원을 현 수준으로 하고 고용 승계와 공무원 연금 혜택은 유지된다”며 “여건이 되고 원하는 대학부터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왜 반대하나=국교련은 법인화 반대의 가장 큰 이유로 재정 악화와 대학 교육 부실화를 내세우고 있다.

법인화가 되면 정부 지원금이 끊기고 독립 채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존립 자체가 어려운 대학이 나올 수 있다. 국립대는 지금까지 등록금이 싼 이유로 사립대보다 비교우위에 있었지만 앞으론 그럴 수 없다는 것.

이렇게 되면 국립대도 자체 수익사업을 벌여야 하고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해 결국 학부모 부담이 늘어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국립대들은 학과 간 통폐합, 대학 간 강제 통폐합, 정리해고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어 교직원의 신분이 불안해지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 빼고는 자생력 부족=서울대를 제외하고는 법인화를 할 만한 능력을 갖춘 국립대가 거의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서울대본부는 “구성원이 원하지 않으면 법인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수들 중에는 법인화에 찬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대교수협의회가 법인화를 반대하면서도 국교련 행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이런 기류 때문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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