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6개 자립형 사립高 평가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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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형 사립고의 하나인 전북 전주시 상산고 학생들이 과학실에서 화학수업을 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립형 사립고의 하나인 전북 전주시 상산고 학생들이 과학실에서 화학수업을 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부터 시범운영 중인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는 수월성(秀越性) 교육으로 수업의 질이 높아지고 학생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 자녀가 대부분이고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가 미흡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일 각계 인사 16명으로 구성된 ‘자립형사립고제도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전북 전주시 상산고 등 6개 자사고 시범학교 운영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공개했다.

▽운영 전반 평가=평가단은 보고서에서 “학교 설립자가 책임의식을 갖고 재정 지원을 담당하고 있고 학교 운영 과정이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며 “수업의 질 개선, 특성화 교육, 고교 선택 기회 확대, 수월성 제고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평가단은 “중산층 이상 자녀가 대부분이지만 세간에서 말하듯 귀족학교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학비가 비싸 저소득층 자녀가 입학하기 어려운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평가단은 “자사고 제도의 취지가 충분히 실현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지정 조건,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제도 효과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가정 배경=학부모의 월평균 소득은 537만 원으로 도시근로자 월평균 가계소득 329만 원보다 높았다. 월 700만 원 이상 학부모는 민족사관고 35.4%, 상산고 21.6%, 해운대고 19.6%였다. 월 200만 원 이하는 민사고 1.2%, 상산고 5.9%, 해운대고 2.3%였다.

▽등록금 및 학교 재정=1인당 연간 등록금은 평균 269만3000여 원. 자사고는 일반고 등록금의 3배 이내에서 받을 수 있다.

해운대고가 약 442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산고(390만 원), 청운고(283만 원), 민사고(282만 원) 순이었다. 특기적성교육비 기숙사비 등 학생 1인당 연간 부담액이 평균 481만 원이고 민사고가 1257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모두 합치면 연간 학비는 학교에 따라 513만∼1539만 원.

대기업 관련 3개 학교를 빼고는 수입 구조가 취약해 재원 조달 방안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만족도 및 특성화=학생의 학교 만족도는 3.5점(5점 만점)으로 일반계 사립고 평균 2.9점, 지역 사립고 평균 3.1점보다 높았다.

이과계열로 진학한 학생 비율은 광양제철고 40.3%, 민사고 45.8%(외국 대학 진학은 제외), 포항제철고 47.5%였다. 민사고의 경우 다른 학교에 비해 의학계열(15%)과 외국 대학 및 기타 진학 비율(27.1%)이 높았다.

자사고는 과학 외국어 등의 전문교과제나 대학과목선이수제(AP) 과정 도입(민사고), 능력인증제(청운고), 수준별 수업(광양제철고), 영재교육 등 수월성 교육과 특기적성 교육과정이 장점으로 평가됐다.

▽저소득층 배려는 부족=자사고는 15% 이상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야 한다. 장학금 수혜비율은 평균 46.3%. 광양제철고는 98.5%, 포항제철고 83.2%, 상산고가 21.1%였다.

그러나 양적 기준은 충족했으나 성적 위주로 지급하고 저소득층이 장학금을 받은 비율은 낮았다. 학비가 비싸 저소득층 입학자 자체가 적은 탓도 있다.

평가에 참여한 한만길(韓萬吉)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우수학생 특별전형 등을 통해 기회를 열어줘야 사회 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입 전망=참여정부가 기회균등에 역점을 두고 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반대가 심해 교육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평준화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다양한 학교가 더 설립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 강북의 뉴타운 개발 등 지역발전정책에도 우수한 교육시설이 빠지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도 자사고 확대의 논리로 제기되고 있다.

자사고 제도 자체를 이제 와서 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범운영을 연장하거나 현재 학교에다 서울에 일부를 확대하는 선에서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교육부는 자사고제도협의회의 논의와 공청회를 거쳐 올해 말까지 자사고 제도 도입 및 확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들 학교의 설립이 결정되면 빠르면 2007학년도부터 신입생 선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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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자립형사립고 제도협의회 위원

김신일(서울대 교수), 함인희(이화여대 교수), 박종렬(경북대 교수), 성기선(가톨릭대 교수), 남기곤(한밭대 교수), 조난심(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목창수(한성과학고 교장), 이현진(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총괄부장), 이명균(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철호(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부소장), 이경자(인간교육실현연대 사무국장), 박이선(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김정명신(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공동대표), 이인규(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중앙집행위원장), 이갑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하경(중앙일보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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