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대학 졸업자가 아니라고 반드시 실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현실적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보다는 환경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한다. 전체 고등학생의 (전문대 이상) 대학 진학률이 80%를 웃돌며,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전문대학이 많아 대학 정원이 남아도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경제여건만 된다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가정 형편의 어려움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학업을 끝마치지 못한 사람들이 차별을 받는다면 이는 ‘기회의 균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혹자는 “대졸자를 양산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능하면 학생들에게 인적자원 계발의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대학이 스스로 생존을 위해 정원축소 등 구조조정을 선택한다면 몰라도…. 또 어떤 사람들은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점이 있다. 임금은 근로자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반영하는 수치이므로 대졸자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많으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정책의 기조는 고졸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상향 평준화’를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과 생산성의 관계를 좀 더 들여다보자.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보고서에 의하면 회원국들의 대학 진학률은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선진국에서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는 5년간 계속 벌어지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전환함에 따라 대부분의 직업은 더 많은 전문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할수록 고학력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 보고서는 평균 교육 연수를 1년 늘리면 경제성장률을 3∼6%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한 나라의 생활수준은 그 나라의 생산능력에 달려있으며, 생산성은 물적자본 인적자본 자연자원 기술지식 등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맨큐의 ‘경제원론’).
이상의 사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고졸자 차별 철폐는 ‘어떻게 하면 고졸자에게 취업 및 교육기회를 늘려 주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학력제한 철폐 방침을 공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으로 확산해야 한다. 그리고 고졸자를 채용한 기업은 이들이 학위취득 등을 통해 인적자본을 계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의 유수 기업들은 사원복지프로그램의 중요 요소로 학위취득 지원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교육불평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교육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만큼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라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생각해야 한다. 흔히 일자리 개수만큼 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인력의 질만큼 일자리가 창출된다(찰스 윌런의 ‘유쾌한 경제학’). 대학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산업수요에 맞추어지면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이 투자를 늘리게 되어 일자리는 창출될 것이다.
주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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