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女투캅스’의 추락…軍장성 수뢰비리 파헤친 강순덕

  • 입력 2005년 6월 22일 03시 05분


군 장성의 비리를 파헤쳐 ‘장군 잡는 여경’으로 불렸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순덕(姜順德·38) 경위가 수배자에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과정에서 김인옥(金仁玉·여) 제주지방경찰청장이 강 경위를 수배자에게 소개시켜 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도피 중이던 건설업자 김모(52) 씨에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준 혐의로 이날 강 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강 경위에 대해 공문서 위조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오전 10시 30분 강 경위에 대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날 김 청장을 직위해제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경위는 2001년 5월 수배자 신분이던 김 씨의 부탁으로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주면서 15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강 경위는 1996년 5, 6월경 당시 경찰청 소년계장이던 김 청장으로부터 김 씨를 소개받았다.

강 경위는 서울 서부면허시험장에서 김 씨의 사진 2장과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 모 경찰서 K 경감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이용해 위조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김 씨에게 전했다.

김 씨는 지난달 20일부터 약 2주 동안 부녀자를 상대로 강도 및 절도 행각을 벌이다 15일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운전면허증 사진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 끝에 위조 면허증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강 경위가 1998년에도 K 경감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서울 도봉면허시험장에서 김 씨에게 위조 면허증을 발급해 줬다고 밝혔다. 강 경위는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감찰조사에서 “김 씨가 수배자임을 알고 강 경위에게 소개했다”고 김 청장이 진술하자 직위해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위 경찰 간부로서 수배자임을 알고도 만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김 청장이 강 경위에게 면허증 위조를 지시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가 “1989∼92년 김 청장이 만든 별도의 은행계좌에 순직 경찰 유자녀 등 소년소녀가장 돕기 명목으로 한 달에 500만 원 씩 모두 1억5000만 원을 보냈다”고 진술함에 따라 계좌추적을 통해 돈의 용처를 확인할 방침이다.

김 청장은 “당시 청소년 선도단체 이사로 있던 김 씨를 알게 된 뒤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도움을 받은 적은 있으나 개인적으로 받은 돈은 없다”고 해명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스타 女투캅스’는

김인옥 경무관과 강순덕 경위는 경찰 안팎에서 ‘스타 여경’으로 손꼽혔다.

197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김 경무관은 1999년 3월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강자(金康子) 전 총경의 그늘에 가렸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경무관으로 승진한 뒤 올해 1월 제주경찰청장에 임명되면서 여성경찰 최고위직 1호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일처리가 무난할 뿐 아니라 성격이 호방해 따르는 직원이 유달리 많았다.

강 경위는 1986년 순경으로 경찰에 투신했다. 경찰청 외사과에 근무하던 1999년 미국에서 제공된 구호품을 빼돌려 병원을 세우려던 업자를 적발해 경위로 특진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소속이던 2003년 6월에는 인천국제공항의 군 발주 공사와 관련된 건설업체의 제보를 바탕으로 전·현직 장성 6명의 비리를 밝혀냈다.

이 사건은 김동신(金東信) 전 국방부 장관의 수뢰사건으로 이어졌다. 강 경위에게는 ‘장군 잡는 여경’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시중의 루머를 언급한 것이 ‘현직 경찰관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게재돼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전보됐다.

강 경위는 지난해 현역 장성이 연루된 의병전역 비리를 수사했으며, 올해 광역수사대로 옮긴 뒤 군납비리를 조사하고 있었다.

김 경무관과 강 경위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 그러나 여경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으면서 강 경위가 김 경무관을 유달리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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