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길병원 白衣의 천사들’

  • 입력 2005년 5월 20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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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내 통합의학센터 8층 미술치료실.

근무를 마치자마자 이 곳으로 달려온 길병원 소속 여간호사 6명이 점토와 석고를 이용해 탈, 가면 등 미술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미술치료사인 김선현(37·여·한양대) 교수는 이들에게 표현기법을 먼저 설명한 뒤 미술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임상진단법을 알려줬다. 김 교수의 지도로 간호사 6명이 참여하는 이 같은 미술수업은 지난해 4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이뤄지고 있다.

간호사들이 미술을 배우는 이유는 매주 토요일에 이뤄지는 보육시설 ‘새 소망의 집’(경기 부천시 소사구 역곡동)에서의 미술치료 자원봉사를 위해서다. 맏언니 격인 간호사 이주희(49) 씨는 “한 사람 당 2∼6명의 보육원 초등생을 맡아 6개월 과정의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봉사활동의 주역은 이 씨 외 김영미(40) 김숙희(39) 김성혜(33) 이영매(31) 한재현(30) 씨.

이들은 지난해 초 국내 종합병원 중 최초로 개설된 길병원 미술치료과에 부임한 김 교수로부터 미술을 배우다 봉사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이 보육원의 초등생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그림 진단을 했고, 미술치료가 필요한 학생 20여 명을 선발했다.

6개월 동안 1기 미술치료 프로그램이 끝나고 요즘 새로 뽑은 20 여명을 상대로 2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간단한 그림을 살펴보면 마음속의 억압된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이를 기초로 개별 성격과 취향에 맞는 집단 및 개인치료를 진행합니다. 폐쇄성, 공격성, 우울증 등이 두드러진 아이들이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거친 뒤 개방적이고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단칼로 잘린 나무나 손에 흉기를 든 모습, 농도와 선이 굵은 그림 등이 따듯한 색감과 부드러운 터치로 바뀌었다는 것.

김 교수는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1년 이상 진행되는 수업에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며 “봉사활동에도 아주 열성적이다”라고 칭찬했다.

수업 시간에 필요한 미술 재료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지만 간호사들이 자비를 털어 대고 있다. 간호사 4명은 노인요양병원과 장애인시설에서 이 같은 봉사프로그램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도 결식아동과 소아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미술치료 봉사를 펼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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