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한국노총… 간부 비리에 도덕성 추락

  • 입력 2005년 5월 16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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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16일 긴급 연석회의를 연 뒤 권오만 사무총장 비리와 관련해 국민과 조합원에게 사죄하는 의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죄송합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16일 긴급 연석회의를 연 뒤 권오만 사무총장 비리와 관련해 국민과 조합원에게 사죄하는 의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한국노총이 외부감사제 도입과 간부의 재산공개 등 조직 혁신에 나섰다. 소속 간부와 산하 조합의 비리로 조직 전체가 흔들리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

그러나 비리의혹의 핵심인물인 권오만(權五萬·53)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0여 일째 도피 중이고 검찰 수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추락한 도덕성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노총의 안간힘=한국노총은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암동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산별노조 대표자와 시도지역본부장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성명을 채택했다.

대국민 사과문 형식으로 발표한 이날 성명에서 한국노총은 조직의 도덕성과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회계감사제 도입 △비리에 연루된 간부의 임원 진출 금지 △노조 간부의 재산공개 방안 등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산별 및 지역본부의 실무 간부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도덕성 및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직혁신기획단(단장·유재섭 수석부위원장)’을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혁신안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발표된다.

한국노총은 또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도피 중인 권 사무총장과 임남훈(林南薰·52) 경남본부 의장의 직무를 16일자로 정지하고 조속한 검찰 출석을 촉구했다.

이용득(李龍得) 위원장은 “중앙근로자복지센터 발전기금 문제처럼 한국노총 차원에서 조사를 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위원장이 직접 검찰에 나가겠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대표자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수사 속보=검찰은 조만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비리 사건을 마무리 짓고 이번 주 안에 한국노총 복지센터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검찰은 복지센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또 건설업체에서 어떻게 발전기금을 받고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를 확인 중이다.

이달 말 준공을 앞둔 복지센터에는 정부지원금 334억 원이 들어갔으며 한국노총은 시공사인 B건설에서 노조 발전기금 명목으로 2003년 초부터 분기별로 1억5000만∼4억5000만 원씩 모두 28억여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전택노련 최양규(56) 사무처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최 사무처장은 권 사무총장, 임 의장 등과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상가건물 리모델링 사업에 전택노련의 복지기금 40억 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2003년 1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시행사인 T개발 김모(58·구속) 대표에게서 6억5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임 의장은 전택노련을 통해 조만간 검찰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권 사무총장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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