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삼성전자 이사에서 한의대 만학도 된 권순영씨

  • 입력 2005년 3월 25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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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은 나를 위해, 그 다음 30년은 가족을 위해 살았으니 남은 30년은 남을 돕는데 쓰고 싶습니다”

24일 오후 전북 완주군 삼례읍 우석대 한의학과에서 자식 같은 동기생들과 함께 생화학수업을 받고 나오는 권순영씨(權淳英·56)의 표정은 대학 신입생처럼 밝았다.

권씨는 3명 모집에 수십 명의 박사와 과학기술대 교수, 기술고시 합격자 등을 포함해 357명이 응시한 한의대 편입시험에서 최고령에 1등으로 합격했다.

그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삼성전자에 입사, 동남아 담당이사로 근무하다 1997년 퇴직했다.

퇴직 후 지방의 한 호텔과 전자부품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2년 전 부인이 일하던 노인복지센터에서 치매와 중풍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보고 한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대기업에 다니며 남부럽지 않은 지위와 가정을 꾸렸지만 “베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자책감도 있었고 “여생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각오도 생겼다.

학교 부근에 자취방을 얻어 제2의 대학생활을 시작한 권씨는 “학과수업에 부담이 크지만 젊은이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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