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장 “한국, 선진국 눈앞에 두고 휘청”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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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우리나라가 휘청거리고 있다.”

정운찬(鄭雲燦·사진) 서울대 총장이 한국 경제와 교육 현실을 걱정하면서 ‘쓴소리’를 했다.

정 총장은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열린 삼성그룹 사장단회의에 초청연사로 참석해 미리 배포한 강연 원고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빨간 불’을 보이고 대학 교육은 위기에 처하는 이중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극약 처방보다 기초체력 다지는 것이 시급’=정 총장은 “경제 성장은 일부 대기업의 힘에 의존할 뿐이며 중산층은 무너지고 서민들은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카드 빚 때문에 명문대 재학생이 강도로 돌변하고, 취직이 안 되거나 자식에게 폐 끼치기 싫다고 젊은이부터 노인들까지 매일 40명씩 자살을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 총장은 “이런 상태에선 아무리 그럴듯한 제도를 도입해도 결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며 “약한 체력에는 무리한 수술과 극약 처방보다는 기초체력부터 탄탄하게 다져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급한 대학 구조조정=정 총장은 “정권은 바뀌어도 한결같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힘은 무엇보다 훌륭한 인적자원에서 나온다”면서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 변수로 교육 문제를 꼽았다.

정 총장은 “소위 ‘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한 해 입학생 수는 1만5000명으로 이들이 사회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면서 “형평성이나 양질의 교육을 위해 학생 수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강연에는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50여 명이 참석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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