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외국인학교]어디에 어떤 학교 들어오나

  • 입력 2005년 3월 14일 17시 45분


코멘트
경제자유구역과 제주국제자유도시 등에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추진되면서 외국인학교에 대한 국내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한 외국인학교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제자유구역과 제주국제자유도시 등에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추진되면서 외국인학교에 대한 국내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한 외국인학교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원정 출산을 하려다 국내에 곧 외국교육기관이 들어선다고 해서 그만뒀어요.” 내달 출산 예정인 오상미(29·서울 마포구 공덕동) 씨는 교육시장 개방에 관심이 많다. 오 씨는 “엄청난 사교육비와 입시 경쟁이 시달려야 하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이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고 싶다”며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영주권이 없는 일반 한국인도 외국인학교에 입학이 가능하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3년 12월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입법예고했으며 올해 4월 국회에 법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인천, 부산, 광양 경제자유구역과 제주 국제자유도시에 설립되는 외국인 학교는 한국인에게도 문호를 활짝 열고 있다. 이들 외국교육기관은 △영주권, 시민권 유무나 해외 거주 경험에 상관없이 내국인도 입학이 가능하며 △국내 학력이 인정되고 △내국인 비율은 해당 교육기관장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외국 학교 설립은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해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늦어도 2008년에는 외국교육기관이 문을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학부모 가운데는 조기유학이나 원정출산을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고려하면 국내에 외국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관련 단체들의 반대가 심하다. 영리를 추구하는 외국교육기관으로 인해 국부가 유출되며, 외국교육기관에 교육과정과 입학금을 자율적으로 편성하게 하는 것은 국내 교육기관과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는 계층간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고 나아가 교육에도 경쟁의 개념이 확산되면 고교 평준화제도의 큰 틀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인천 등 4곳 추진… 내국인 학생도 선발▼

한 외국인학교 어린이들이 한국문화 체험기간을 맞아 전통 악기인 소고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외국학교가 들어오는 곳은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부산, 전남 광양과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다. 이 가운데 학교 설립이 가장 활발한 곳은 인천 송도와 제주다.

인천은 송도, 영종도, 청라에 각각 미국계, 영국계, 중국계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 학생 수는 7000여 명.

송도에는 미국 부동산투자회사인 게일사가 ‘하버드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조언을 받아 미국 명문 사립학교를 벤치마킹한 미국계 국제학교 2개가 설립된다.

당초 미국의 밀턴아카데미 로런스아카데미 등 유명 사립고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학교를 세울 것으로 알려졌으나 쉽게 성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버드 어드바이저리 그룹은 “유명 사립학교들이 한국에 분교를 세우면서 학교 이름을 빌려 주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대신 이들의 교육프로그램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교 예정은 2007년 9월. 학교별 정원은 2100명으로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있다.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엘리트 교육에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내국인 입학 비율에 대해 게일사는 “한국인은 최소 25%로 하되 40%를 넘지 않아야 교육의 질이 보장된다”며 “유치원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열고 수업료는 연간 2만500달러(약 2050만 원) 정도로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종도에는 학교사업 전문기업인 영국의 노드 앵글리아가 2008년 영국계 국제학교를 세울 계획이지만 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록금은 중국 상하이(上海)에 설립한 영국국제학교와 비슷한 수준. 상하이의 영국국제학교는 고등학생의 경우 학기당 등록금은 1만8000달러 정도로 식사비, 스쿨버스비, 기숙사비 등은 별도다.

제주도는 조지워싱턴대와 지난해 8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1500명을 선발하며 5년 후에는 50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국제자유도시관광국 관계자는 “당초 대학만 설립할 수 있도록 한 법을 개정해 유치원과 초중고교 과정도 설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캐나다의 퍼시픽 아카데미와 유치원 및 초중고교 과정의 제주서귀포국제학교를 세우기 위해 지난해 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교육청은 경제특구 내의 외국 교육기관이 계층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에 따라 2008학년도 개교를 목표로 공립 형태의 국제학교도 설립할 예정이다.

이 학교는 국내 공립학교와 같은 수준으로 등록금을 책정하게 된다. 유치원∼초중고교 과정으로 학년별 3개 학급을 설립되며 시민권 소유 여부나 해외 거주 경험은 따지지 않는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한국어도 사용해야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국내 학력이 인정되는 것은 물론 국제교육과정인증기구(IBO)에도 가입해 교육 프로그램을 인증 받도록 할 예정”이라며 “국제학교 입학을 위한 입시 열풍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형 방법을 개발하고 저소득층 가정 자녀도 일정 비율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