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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1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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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렇다.
무역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버지는 2002년 아들과 딸을 밴쿠버의 고등학교에 보냈다. 남매 뒷바라지를 위해 아내도 함께 갔다. 자신은 한국에서 일하며 1년에 2만7000달러를 보냈다. 자주 밴쿠버를 방문해 자녀의 학업을 점검하기도 했다.
지난해만 해도 아들은 우등생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업을 빼먹고 늦게 귀가할 뿐 아니라 어머니에게 대들기도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아버지는 1월 7일 캐나다로 건너와 아들에게 처음 회초리를 들었다. 100대나 때렸다.
아들은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아버지는 앞으로 또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하루 100대씩 종아리를 맞겠다는 다짐을 받은 뒤 아들을 용서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아들의 일탈은 계속됐다. 귀국한 지 닷새 만인 19일 다시 캐나다로 온 아버지는 3시간 동안 회초리를 들었다. 300여 대. 회초리가 부러질 정도였다. 아들은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멍이 들어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회초리 사건’은 아이의 상처를 이상하게 여긴 학교 당국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결국 아버지는 밴쿠버 현지 법정에 서게 됐다. 그는 북밴쿠버 지방법원에서 폭행치상죄를 인정했지만 “사랑의 매는 한국 가정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이라고 말했다. 지방법원은 정상을 참작해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6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했지만 지방법원은 2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신 아동학대 구호기관에 2500달러를 기부하고, 5월까지 어떤 형태의 자녀 교육법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반성의)글을 현지의 한국 신문에 기고하라고 판결했다.
그 후에도 남매는 현지에 남아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남편과 함께 치료차 한국으로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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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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