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학교 주변 비행기 소음으로 고통

  • 입력 2005년 3월 4일 18시 06분


소리는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만나는 유일한 ‘통로’다. 이런 아이들에게 100데시벨(dB) 이상의 소음은 어떤 고통이었을까.

수년째 비행기 소음에 시달려온 아이들과 그런 자녀들을 안쓰럽게 지켜봐야 했던 부모들, 그리고 교사들이 한마음이 돼 ‘희망 찾기’에 나섰다.

4일 오후 광주 서구 덕흥동 광주세광학교. 초등부 6학년인 이현준(13·시각장애 1급) 군은 개학이 그리 반갑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학교 위를 지나는 전투기의 굉음을 생각하면 학교생활이 두렵다.

광주지역 유일의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이 학교의 학생수는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 모두 98명.

광주공항에서 직선거리로 3km 떨어진 이 학교는 남북으로 난 활주로와 일직선상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소음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지난해 10월 영산강환경관리청이 이 학교 옥상에서 한 달 동안 항공기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최고 소음치가 107.7dB로 조사됐다. 장기간 노출됐을 때 정상인도 소음성 난청을 앓을 수 있는 수치.

학부모와 교사들은 이런 소음으로 학생들이 수업은 물론 감각, 운동기능 훈련 등 재활 교육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고등부 1학년 강상수(16·시각장애 1급) 군은 “전투기가 학교 위를 지날 때 운동장에서 놀던 유치부 학생이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면서 “갑자기 방향감각을 잃고 한동안 교실 벽을 붙잡고 서 있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이 비행기 소음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소리만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학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걸음은 지난해 12월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이전기금 마련을 위한 꿈·사랑 나눔 음악회’. 초중고등부 학생들로 구성된 이 학교 브라스밴드는 3개월 동안 연습한 ‘만남’ ‘올리브 목걸이’ 등을 연주했다. 17명의 단원은 2년 전 청와대에 초청돼 연주한 적도 있다. 자매결연 학교인 송원여중 학생들이 합창을 하고 ‘맹인 가수’ 이용복 씨도 출연해 자리를 빛냈다. 첫 음악회는 대성황을 이뤄 3000여만 원의 기금이 모아졌다.

하지만 학교 이전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국방부는 군 공항 소음대책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아 피해 보상에 난색이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소음개선 대책을 광주시교육청에 맡기고 있다.

이 학교 김정옥 교감은 “겨울방학 때 소음방지를 위한 이중창 시설을 했지만 문제는 냉방시설이 안돼 여름에 창문을 닫고 수업을 해야 할 형편”이라며 “난관이 많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희망 찾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세광학교 062-374-6172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