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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2월 4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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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회의는 또 “이번 합의는 지율 스님의 목숨을 살렸다는 의미는 있지만 결코 합리적이거나 정당한 합의였다고는 할 수 없다”며 “지율 스님의 단식과 정부의 타협이 전례가 되어 국가정책에 맞서는 목숨 건 단식투쟁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강영훈(姜英勳) 전 국무총리는 “단식 100일째가 돼서야 문제가 해결된 것은 정부나 불교계 모두 무책임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많은 국민의 복리를 위한 국책사업이 종교인 한 명의 단식으로 번복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닷컴을 비롯한 대형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정부의 ‘천성산 합의’를 성토하는 시민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동아닷컴에서 진행 중인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이번 합의에 대해 이날 오후 9시 현재 2500여 명 중 85.6%인 2030명이 ‘잘못한 일’이라고 답변했다. ‘잘한 일’이라는 의견은 12.6%, 300명에 불과했다.
MBC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같은 시간까지 진행 중인 설문조사에서도 ‘공사 강행해야’가 64.53%로 ‘공사 중단해야’ 31.2%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한 누리꾼(네티즌)은 “생명의 소중함을 논하는 스님이 단식이라는 극단적 수단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무원칙한 대응을 질타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동아닷컴에 올린 글에서 “한 사람의 단식으로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 손실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국가경영 때문에 서민들만 서글프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지율 스님의 단식투쟁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구현하지 않은 채 국민을 배제하고 불공정하게 진행한 행정 집행에 대한 목숨을 건 저항이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에서 “정부가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조사를 공동 실시키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지율 스님은 생명을 넘어서는 정진을 통해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인식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화여대 행정학과 송희준(宋熙俊) 교수는 “지율 스님의 단식사태로 앞으로 국책사업의 진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사업의 초기단계부터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부-지율스님 '천성산 합의' 논란 (POLL)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지율스님 건강 일단 안정… 3∼4주 지나야 몸 추스릴듯▼
100일 만에 단식을 푼 지율 스님은 4일 소량의 음식을 섭취하기 시작했으나 신체의 기본적인 기능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어도 3, 4주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수행공동체 정토회 측에 따르면 지율 스님은 3일 오후 11시경 정부 측과 합의를 본 뒤 된장을 푼 물을 마시는 것으로 음식 섭취를 재개했다. 다행히 배변이 이뤄져 4일부터는 한방 식이요법에 따라 곡물 등을 달여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일에는 오전 6시경 기상해 주위 사람들과 농담을 나눌 정도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안정을 되찾았다. 혈압도 단식 때보다 5mmHg 정도 오른 45∼75mmHg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혈압이 낮은 데다 단식으로 입 안이 헐었고 치아도 약해지는 등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의료진의 판단. 당분간 영양주사제 투입은 보류되고 식이요법 중심의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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