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폭행학생, 부모에게도 책임"

  • 입력 2005년 1월 27일 16시 17분


고등학생 아들이 싸워 친구를 다치게 했다면 가해 학생의 부모도 미성년자 아들에 대한 지도를 소홀히 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6단독 박진영 판사는 친구 A 군(20)에게 맞아 청력을 잃었다며 B 군(20)의 부모가 A 군과 그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7일 "피고는 연대해 원고에게 3372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 군과 B 군은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2년 5월 서울 강서구의 한 교회에서 싸움을 벌이다 B 군이 A 군의 주먹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B 군은 인근 정형외과에 입원해 수술을 받고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다고 생각해 의사와 협의해 퇴원한 뒤 보름 정도 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B 군은 정형외과 치료를 마친 뒤 갑자기 머리에 통증과 함께 난청 증세를 보여 두 달 간 이비인후과에서 다시 치료를 받았지만 왼쪽 청력을 거의 잃고 말았다.

B 군의 부모는 "아들이 청력을 잃은 것은 A 군의 폭행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A군과 그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 군의 피해는 A 군의 폭행에 원인이 있다"며 "A 군 스스로도 비록 인지 능력이 있는 나이지만 생계를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학생인 만큼 부모도 자녀의 관리 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 인정되므로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와 피고가 서로 싸우다 발생한 사건이고 원고도 치료를 성실히 하지 않은 것이 인정되는 만큼 청구 금액의 50%만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 군은 이와 더불어 "의사의 과실로 피해가 커졌다"며 처음에 B 군을 진료했던 정형외과 담당 의사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환자가 의사에게 통증을 제대로 호소한 증거가 없다"며 의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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