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 너무 어렵다" 반발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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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공익중개사 자격 시험이 아니다. 차라리 우리보고 사법시험을 치라고 해라"

14일 치러진 15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터무니없이 어렵게 나와 집단 과락을 면치 못했다며 수험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254개 시험장에서 16만 7797명이 치러 약 70%의 응시율을 보인 이번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는 어려운 문제에 당황한 수험생들이 상당수 시험 도중 퇴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들은 이번 시험이 과거와 달리 한 개의 문제에 대한 지문이 너무 길고, 일반 수험서에도 없는 문제들이 대거 출제되는 등 1차와 2차 모두 제 시간 안에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시험에 응시한 이모씨(52·서울 도봉2동)는 "5년 동안 시험을 준비해왔고 매년 시험을 쳐왔지만 이번 시험처럼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가채점해본 결과 학원 수강생 500명중 모의고사 1등하는 사람 딱 1명만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35명이 같은 교실에서 시험 쳤는데 1차 시험이 끝나자 이중 2/3는 아예 시험을 포기하고 나가버렸다"고 덧붙였다.

15일 오후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는 시험 유형, 난이도, 변별력, 출제 의도 등을 의심하고 비난하는 글들이 수천개 올라오고 있다. 건설교통부 홈페이지는 항의하는 수험생들이 쇄도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수험생들 외에도 공인중개사 과목을 강의하는 학원 강사들도 이번 시험의 변별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 일산에서 민법을 강의하고 있는 한 강사는 "10년 넘게 중개사 시험을 강의했는데 이번 시험의 문제는 너무 어려웠다"며 "합격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등 시험 문제가 출제 범위를 너무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정부가 포화상태에 이른 중개업자 수를 억제하기 위해 시험문제를 일부로 어렵게 출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험생들과 학원 강사들은 이번 시험과 관련해 해당 부처에 진정서를 보내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한국산업인력공단측은 "수험생들이 시험문제에 대해 반발하는 일은 매년 있어왔던 일"이라며 "수험생들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민법 과목의 경우 국내 투자환경이 바뀜에 따라 응용이나 판례 등을 반영한 시대흐름에 맞춘 출제였을 뿐이지 일부러 어렵게 출제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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