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라이프]용인 백암면 소식지 발행인 이상철씨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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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식지를 통해 침체돼 있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경기 용인시 백암면의 이상철씨.-이재명기자
지역 소식지를 통해 침체돼 있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경기 용인시 백암면의 이상철씨.-이재명기자
경기 용인시의 ‘땅끝마을’로 불리는 백암면. 넓이는 65.79km²로 20만명이 살고 있는 수지 신도시보다 크지만 인구는 고작 1만명이 조금 넘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서울이나 용인시내를 오가는 버스가 하루에 대여섯 번밖에 없을 정도로 ‘육지 내 섬’인 이곳은 사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용인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던 부촌(富村)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용인 내 다른 곳들이 개발되는 동안 이곳은 개발의 그림자조차 구경 못했다. 그 사이 인구는 오히려 3000여명 줄었으며 주민의 35%가 60세 이상일 정도가 됐다.

젊은이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마을도 시나브로 침체돼 갔다. 남은 노인들은 점점 세상과 담을 쌓았다. 면장이 바뀌어도, 마을에 큰 행사가 예정돼 있어도 주민들은 모른 채 지내기 일쑤였다.

그러던 백암면에 올봄부터 잔잔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지역 행사에 주민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고, 마을 복지시설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되살아났다.

이런 변화를 가져오기까지는 3월 창간된 ‘백암소식’이란 타블로이드판 지역 소식지가 큰 몫을 했다. 매달 초 나오는 이 소식지의 발행인은 이 지역 토박이 농부로서 백암면 시의원이자 지역발전협의회 회장인 이상철씨(47).

4면으로 구성된 소식지는 지역 내 단체나 모임을 소개하는 지역순례와 각종 지역소식을 간략하게 정리한 토막뉴스, 행사 등을 안내하는 백암알림터, 칭찬릴레이 등으로 꾸며진다.

지면 방향은 지역발전협의회의 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기사 작성은 이씨와 대학학보사 기자 출신인 협의회 김종성 총무의 몫. 주민들이 명예기자 형태로 참여한다.

2500부를 찍어 2000부는 각 가정에 우편으로 보내 준다. 나머지 500부 가운데 350부는 타지에 있는 고향 사람들에게 보내 주고 150부는 관공서 등에 비치한다. 매달 150만원 정도 드는 발행 비용은 협의회 임원들이 십시일반 부담한다.

이씨는 21명의 용인시 시의원 가운데 유일한 농사꾼. 20년 가까이 농민단체에서 활동했던 그는 “지난달 특별한 얘깃거리가 없어 소식지를 발행하지 않았다가 빗발치는 항의전화에 곤욕을 치렀다”며 “지역소식에 굶주린 주민들은 자식이 보내는 편지처럼 소식지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소식지를 통해 백암이 다시 부자 동네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정이 넘치는 마을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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