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발신인 난에 '서울에서'라고만 적힌 편지 한 통이 KT 대전지사에 배달됐다.
"약 20년 전인 1985년이나 1986년경 대전 중구 은행동 옛 상공회의소 인근의 공중전화에서 동전을 넣지 않고 여러 번 시내·시외 통화를 했습니다. 고장신고를 했어야 했는데 죄의식 없이 그냥 썼습니다."
익명의 발신인은 "세월이 흘러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가 된 지금 그 때 일이 자꾸 떠올라 괴로웠습니다. 이제야 용기를 내 사죄의 글과 10만원을 보냅니다"며 10만원짜리 수표 1장을 동봉했다.
옛날 동전을 넣고 거는 공중전화기는 단말기가 불완전해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면 그냥 전화가 걸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KT 측은 확인했다.
이 발신인은 "참회합니다. 이름을 밝히지 못함을 이해해주십시오"라고 끝을 맺었다.
KT 관계자는 "20년 전의 자그마한 비행을 아파하고 후회하는 양심적인 사람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에 직원들이 한동안 숙연한 감동에 젖었다"고 전했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