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면우교수 “지금 한국은 발전아닌 생존걱정할 판”

  • 입력 2004년 11월 9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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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하지만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 정부가 대책을 제시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창의성과 신바람을 바탕으로 한 ‘생존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59·사진)가 9일 ‘생존의 W이론’이라는 책을 펴냈다. “해외도입기술, 저임금,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국가 발전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형 발전 전략(W이론)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 지 12년 만이다.

이 교수는 “1992년 W이론을 처음 제안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당시엔 온 나라가 한강의 기적, 올림픽 등으로 들떠 있었던 상황이라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기하자는 의미에서 제안했지만 지금은 목전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 됐다는 것.

“교육의 파행, 오염된 저수지를 연상시키는 사회 분위기, 국제화의 압박, 국가경쟁력의 상실…. 국가는 그런대로 버텨 나갈지 몰라도 국민은 온갖 고초를 겪습니다. 필요한 것은 생존을 위한 사냥기술입니다.”

그는 사냥기술로 ‘보이는 것을 포기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할 것’, ‘변할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할 것’, ‘빠른 것을 보려고 애쓰지 말고 느린 것을 자세히 볼 것’을 주장하는 ‘W이론’을 다시 제안한다.

남들이 이미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베끼려 하지 말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내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는 것.

그는 “7년 동안 직접 벤처기업을 운영하며 19개의 세계 최초 제품을 개발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책상물림의 모의실험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유아용 컴퓨터인 코보(KOBO), 삼성 손빨래 세탁기 등을 개발했으며 리모컨 진공청소기 등은 미국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미래상품 250개’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주를 이뤘던 지난번 저서와 달리 ‘생존의 W이론’에는 따뜻한 대안과 격려가 녹아 있다. 잘못이 있더라도 넘어진 사람을 또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한 방울 남은 힘이라도 비난하는 데 쓰기보다는 생산적으로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는 그 밖에도 그의 교육철학을 담은 ‘자녀교육 10계명’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지도자를 대하듯 자녀를 예우할 것’ ‘사람이 주는 상을 탐내지 말라고 가르칠 것’ ‘외로움을 극복하는 법을 가르칠 것’ 등 세계 최고의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한 지침이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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