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팝스 이지영씨 “영어에 음정붙여 쉽고 재미있게”

  • 입력 2004년 11월 2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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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기자
김창원 기자
“시장에서 흔히 듣는 ‘골라잡아라’는 표현을 영어로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막막하시죠? 하지만 음정을 붙여 외우면 ‘픽 앤드 추즈(Pick and Choose)’ 자연스럽게 되거든요….”

KBS 2FM에서 ‘굿모닝 팝스’를 진행하고 있는 이지영(李知령·36·사진)씨는 자칭 ‘영치(英癡) 클리닉 원장’이다. 영치란 음정 박자를 못 맞추는 음치(音癡)처럼 영어가 서툰 사람을 일컫는 말로 그가 만들어낸 조어다.

이씨는 영치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수술 메스’ 대신 ‘영치송’을 생각해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영어 표현에 음정을 붙여 쉽고 재미있게 외울 수 있도록 한 것.

“방송을 처음 맡은 후 6개월 동안은 ‘재미없다’, ‘진행이 서툴다’는 비난으로 인터넷 게시판이 성토장을 방불케 했어요. 재미와 학습을 동시에 충족시킬 교수법을 찾아야 했죠. 그러다 영치송 생각을 한 겁니다.”

영치송은 이씨가 직접 가사를 쓰고 ‘우유송’을 만든 조형섭씨가 작곡을 맡았다. 2000년 4월부터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이들이 만든 영치송만도 공항송, 병원송, 은행송 등 30여곡이 넘는다.

이씨의 노력은 영치송 발굴에만 그치지 않았다. 고교 시절 영어공부를 위해 투자했던 시간 이상으로 우리말 공부에도 매달려야 했던 것.

“바른 우리말 어법과 재미있고 부드러운 방송 진행을 위해 4년여 동안 오락에서부터 시사, 음악방송 등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라디오를 24시간 끼고 살았어요.”

라디오를 들으며 방송 진행에 유익한 아이디어나 재미있는 표현은 빠짐없이 대학노트에 적어뒀다. 이렇게 해서 쌓인 연습장만도 수십 권이 넘는단다.

‘탈(脫)영치의 왕도’를 묻는 질문에 그는 “용감해지라”고 답했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보다는 안하면서 스트레스만 받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막연한 부담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자꾸 말하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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