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짜리 ‘개 서리’…주인몰래 잡아먹은 진돗개

  • 입력 2004년 9월 16일 00시 35분


보신탕 애호가들이 남의 개를 몰래 잡아먹은 대가로 수천만원을 물어줄 위기에 처했다.

12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S렌터카 주차장 관리인인 김모씨(56) 등 3명은 이 회사 임원 이모씨(65)가 주차장에 묶어 놓은 하얀 진돗개를 둔기로 때려 죽인 뒤 근처 계곡에서 몰래 보신탕을 끓여 먹었다.

‘제 아무리 진돗개라도 개 값이 얼마나 하겠느냐’는 생각이 화근이었다.

그들이 잡아먹은 진돗개는 5대에 걸쳐 순종 혈통을 유지해 온 천연기념물 53호로 시가 1000만원이 넘는 최상급이었다.

이씨는 교배를 시키기 위해 묶어뒀던 진돗개 ‘찬미’가 보신탕으로 사라진 사실에 경악하면서 김씨 등을 절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청량리경찰서는 13일 이들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불구속입건했다.

이씨는 “찬미는 한국견 공인 혈통서도 있고 훈련도 잘 받은 개로 죽고 나서 한국진도견협회에 알아보니 1000만원이 넘는 개였다. 자식처럼 아끼던 찬미가 보신탕 신세가 됐다는 사실이 애통할 따름이다”며 눈물지었다.

한국진도견협회 이철용 회장은 “5대에 걸쳐 고정적인 혈통을 이어받은 혈통서까지 지닌 개라면 수천만원을 줘도 절대 팔지 않는 최상품”이라며 “진돗개 순종은 교배 한 번 시켜 주는 데도 200만원의 대가를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씨는 김씨 등을 상대로 엄청난 ‘개 값’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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