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지 마라’

  • 입력 2004년 8월 18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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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私學)측이 정부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엊그제에는 700여명의 관계자들이 서울에 모여 정부와 여당을 성토했다고 한다.

여당이 마련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학의 자율성을 크게 축소하고 있다. 사학 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다 사학 운영의 민주화를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사학재단의 권한을 축소해 교사, 교수에게 넘겨주는 게 타당한 일인가는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사학의 반대 목소리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일부 비리 사학을 구실로 전체 사학의 학교운영권을 빼앗는 것은 건전한 사학 육성을 저해한다는 게 그중 하나다. 여당의 개정안대로 시행될 경우 ‘교육현장이 정치판으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학교가 여러 세력으로 분열되고 교육은 뒷전으로 물러난다는 것이다.

물론 사학의 공적 책임을 높여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역시 교육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사학 운영권이 누구에게 주어지는 게 적합한가를 따져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한국 교육은 낙후된 교육의 질로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고 교육시장 개방, 지방대 공동화(空洞化) 같은 위기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학교는 혁신을 모색하고 시대 요청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경직된 의사결정 체제를 갖고 있는 국공립학교와 비교할 때 사학은 유연성과 적응력이 장점이다. 사학이 훨씬 빠르게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개방성과 자유로움은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 흐름에도 부합된다.

이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사학의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사학이 내놓은 우려의 소리는 교육의 현실 타파를 위해 경청해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여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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