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교사와 함께 방학을]서울 고대부속중학교를 찾아

  • 입력 2004년 8월 4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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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정릉 3동 고려대부속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예비 교사인 고려대 사범대학생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4자성어와 속담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서울 성북구 정릉 3동 고려대부속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예비 교사인 고려대 사범대학생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4자성어와 속담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 수업은 어떻게

“윗사람을 농락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죠.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내용을 담고 있는 사자성어가 무얼까요?”

“답은 지록위마(指鹿爲馬)입니다.”

“‘구렛나룻’은 맞춤법에 맞을까요, 틀릴까요?”

“틀렸어요. ‘구렛나루’가 맞아요.”

2일 서울 성북구 정릉 3동 고려대 부속 중학교의 한 교실. 이 학교 3학년 학생 7명과 예비교사인 고려대 국어교육과 대학생 4명이 국어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학생과 예비교사는 각각 두 개조로 나눠 카드를 이용해 게임을 하며 지난 일주일 동안 배웠던 내용을 복습하는 중이었다.

윷놀이판과 비슷하게 생긴 놀이판에서 문제를 맞추면 앞으로 2칸, 틀리면 뒤로 3칸을 가도록 해 목표 지점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이 수업은 고려대 사범대 학생들이 고대부중 학생들을 지도하는 ‘신나고 즐거운 고대부중 만들기(신즐고만)’ 프로젝트의 일환.

7월 26일부터 3주간 국어 영어 수학 사회 컴퓨터 교과목을 개설해 실시하는 이번 교육에는 중학생 302명과 대학생 40명이 참가하고 있다. 수업은 학년별로 진행되며 영어 수학은 3단계로 나눠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각 수업에는 기본적으로 대학생 2명이 들어가며 많게는 4, 5명이 수업을 맡기도 한다. 별도의 참가비는 없다.

● 활기가 넘쳐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신즐고만 프로젝트는 매 방학 및 학기별로 2, 3주씩 진행돼 이번이 다섯 번째다. 학교 교육을 내실화하고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프로젝트에서는 교과공부뿐 아니라 대학생 동아리들이 함께 참여해 축구 농구 풍물 댄스 등 특기 적성 교육은 물론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각종 놀이를 응용한 학습방법으로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프로젝트에 세 번째 참여한 3학년 김순찬군(15)은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배울 수 있어 공부가 재미있어졌다”며 “집에서 예습 복습도 하게 돼 예전에 비해 2∼3시간 정도 더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료로 공부할 수 있어 사교육비를 절감시키는 데 기여한 점도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학교측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학원을 그만 둔 학생들이 적잖다고 밝혔다.

3학년 한정훈군(15)은 “학원에 비해 대학생 선생님들과 하는 수업이 더 재미있고 내용도 알차 그 동안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호응이 갈수록 높아져 지난해 105명의 학생으로 시작된 중학생 참가자들이 지금은 전교생의 25%인 302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장규(李璋揆) 교감은 “학교에서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소규모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는 데다 다양한 수업 기법을 활용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강의 기간을 늘려 지속적으로 시행한다면 사교육과 겨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장실습 만점

신즐고만 프로젝트는 예비 교사인 대학생들에게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이에 참여한 대학생은 ‘학교 현장 실습’(2학점) 강의를 수강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또 고대부중에서는 각 과목별로 지도교사를 정해 대학생들의 수업 진행 방법에 대해 조언해 줌으로써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 김버들씨(22·여)는 “강의 시간에 배웠던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체험을 통해 이해하고 익힐 수 있다”며 “여러 가지 도움을 얻을 수 있어 후배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어교육과 3학년 장정경씨(21·여)는 “자율적으로 수업을 구성할 수 있어 수업 내용과 방법 등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게 된다”며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교사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려대 사범대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사범대 성화경(成和慶) 학장은 “앞으로 교수들과 논의를 거쳐 다양한 교과 교육들과 연계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학과 김성일(金聖鎰) 교수는 “대학생들의 실습 기회가 부족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함으로써 학교를 교육의 장으로 십분 활용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을 확대해 보다 많은 대학과 중고교에서 시행해 나간다면 공교육을 살리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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