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정유 노조 이성 찾아야

  • 입력 2004년 8월 4일 18시 49분


파업 중인 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이 벌인 자사(自社) 회장 ‘참수 퍼포먼스’는 인륜과 상식의 선을 한참 넘어섰다. 아무리 패러디라지만 최고경영인을 ‘참수’ 대상으로 지목한 발상 자체가 섬뜩하다. 이라크 테러단체를 흉내낸 행위는 김선일씨의 죽음과 유족의 아픔을 모욕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작태다.

공권력 투입으로 회사에서 밀려난 노조원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농성을 벌이며 보이는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학 구성원 대다수의 동의와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소음과 음주로 면학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행동으로 누구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파업 노조원들이 툭하면 성당이나 대학 캠퍼스로 찾아가 농성을 하는 풍토도 이제 없어져야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불법의 집단 이기는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LG정유 노조원들은 생산직 평균연봉이 7000만원에 가깝고 사택(社宅)단지에 입주해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받는다. 이러한 ‘귀족 노조’의 파업은 자신의 잇속만 챙기느라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LG정유 파업 노조원들은 협력업체 노동자, 비정규직 그리고 실업자들이 그들의 파업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생각해봐야 한다. 고임금 노동자라면 나라경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달 19일 파업 이후 처음으로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연맹을 통해 사측에 대화를 제의했다고 한다. LG정유 노조원들은 파업을 철회하고 현업에 먼저 복귀하고 나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LG정유 노사 양측은 파업의 장기화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겠지만 이성을 되찾아 대량해고와 강경투쟁이 맞부딪쳐 극한으로 치닫는 사태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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