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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5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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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결과 유씨는 21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유씨의 범행동기, 추가 범행여부, 증거불충분 등 남은 숙제는 많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기소직전까지 최대 20일 동안 유씨를 재신문하면서 의문점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시험받는 경찰 수사= 경찰은 지난 15일 오전 전화방 업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유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자정 간질증세를 보인 유씨를 놓침으로써 스스로궁지에 빠졌다. 16일 오전 유씨를 다시 체포한 경찰은 유씨가 지난해 11월부터 부유층 노인과 출장마시자사 11명, 황학동 노점상 안모씨(44), 동대문 의류판매상 권모씨(23·여) 등 17건, 21명을 살해한 사실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씨 검거과정에서 경찰보다 제보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유씨가 경찰관을 사칭하면서 출장 마사지사나 불법 노점상에 접근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경찰의 체면은 또 한번 구겨졌다.
경찰은 26일부터 경찰 수사과정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자체감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진술에만 의존=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유씨 진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유씨는 경찰에 처음 검거됐을 때 "서울 서남부 지역 살해사건을 포함, 26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가, 최근에는 "서남부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이 추가범행을 캐물으면 유씨는 "그 범행까지 뒤집어써 줄 수도 있지만 나중에 진범이 잡히면 경찰의 공든 수사가 다 무너지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경찰을 설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유씨의 진술 외에는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경찰은 주물럭구이, 피자 등 음식을 마련해 주면서 유씨 비위맞추기에 급급한 상태.
경찰은 또 유씨가 부유층 노인과 출장 마사지사를 살해할 때 이용했다고 밝힌 둔기 외에는 이렇다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실장은 "물증이 별로 없어 유씨가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혐의입증이 곤란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는 의문점= 현재로선 유씨의 추가 범행여부와 범행동기가 가장 큰 관심사다.
유씨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 2월 초순, 4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전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상 연쇄살인범은 일정한 주기로 계속 범행을 저지른다는 특징이 있다. 검찰은 유씨가 이 기간에 추가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찰은 "유씨가 '잡범이 되지 않기 위해 부자 및 행실이 나쁜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경찰관을 사칭해 노점상과 의류판매상을 살해한 사건이 드러났으며, 이 부분은 기존 범행동기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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