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재는 1999년 어린이 등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사건’처럼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번질 뻔했지만 침착한 구조활동 덕분에 인명피해는 적었다.
그러나 민박집 운영과 관련해 곳곳에서 안전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화재 발생=23일 오전 4시6분경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모 민박집에서 불이 나 이모군(12·서울 인수초교 5년)이 숨지고 송모군(7·〃1년) 등 34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날 불은 남자 어린이 숙소 샤워장에서 발생해 25평가량의 단층 벽돌건물 전체를 태우고 4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이 건물에는 인솔교사 없이 어린이 33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강북구 모 교회에서 주최한 성경캠프에 21일부터 참가 중이었으며 23일 귀가할 예정이었다. 인솔자 23명을 포함해 모두 90명이 참가했다.
경찰은 인솔교사로 참가한 서모씨(20)가 “아이들이 화장실이 딸린 샤워장에 전등이 없어 무섭다고 해 촛불 한 개를 켜주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촛불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누전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침착한 구조=인명피해가 적었던 것은 중학생 서모군(15·서울 인수중 2년)의 침착한 대응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결에 불이 난 것을 안 서군은 재빨리 방 두 곳에서 나누어 자던 어린이들을 깨웠다. 오전 1시경에야 잠이 든 아이들이 쉽게 일어나지 못하자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직접 흔들어 깨우기도 했다.
▽허술한 안전대책=화재가 난 민박집은 김모씨(68·여) 소유로 3개 동으로 나눠져 있으며 방은 모두 6개다.
객실이 7개 이하라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에 해당되지 않아 행정당국에 신고하거나 소방점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실제 스프링클러는 물론 소화기조차 없었다.
이 일대는 민박집 10여곳이 영업 중이나 큰 도로에서 1.5km 떨어진 야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데다 도로 폭이 3∼4m로 좁아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규정상 숙박시설이 아니지만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인데도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이 위법인지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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