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최종길교수 죽음에 국가 도덕적 책임”

  • 입력 2004년 7월 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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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다 숨진 고 최종길(崔鍾吉·당시 52세) 교수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67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8월 말까지 10억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부장판사 이혁우·李赫雨)는 7일 “이 사건의 사회적 의미, 국가의 역사적 도덕적 책무, 유족들이 겪었을 고통 등을 고려하면 국가가 최 교수의 죽음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위자료 10억원을 지급하고 분쟁을 화해로 종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족과 국가가 화해권고 결정문 정본을 송달받고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결정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재판부는 또 “최 교수가 국가에 의해 타살됐는지 여부와 손해배상의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에 대해서는 법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어느 한 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판단을 해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는 2002년 5월 “최 교수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며, 발표 후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진행과정에서 당시 중정 공작과장 안모씨(75)는 “최 교수는 간첩이라고 자백한 적이 없고 투신자살 발표는 조작된 것”이라고 증언했으며 국정원은 “최 교수 사망원인의 진실 여부를 떠나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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