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효목사 “母子 노숙자 급증… 가정형 쉼터 절실”

  • 입력 2004년 5월 31일 19시 07분


“아이가 딸린 여성노숙자들은 남성노숙자보다 자활의 기회가 더욱 절실히 필요합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내일의 집’ 정태효 목사(51·여)는 여성노숙자들의 후견인을 자처한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월 성동공단 부근에 30여평 규모로 국내 첫 여성노숙자 쉼터를 마련한 그는 이미 210여명의 여성노숙자들을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립시켰다.

정 목사는 “최근 불어 닥친 경기불황으로 자식과 함께 집을 나온 여성노숙자들의 상담전화가 매일 1, 2건씩 걸려온다”면서 “자녀들의 숙식시설까지 갖춘 여성노숙자 쉼터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목사 1세대로 불리는 정 목사는 사실 1970년대까지는 의상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러나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 당시 진압군에 남동생이 고문을 당해 정신질환을 앓았고, 비슷한 시기 언니가 유방암 선고를 받는 등 가정에 비극이 잇따르면서 사회봉사활동에 눈을 뜨게 됐다.

정 목사는 1986년 서울장로회 신학교에 편입해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씨(50)를 만나면서 여성과 노동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학 시절부터 전씨와 함께 사회선교 활동을 했던 그는 외환위기 때 여성노숙자 쉼터의 필요성을 역설, 서울시의 지원을 얻어냈다.

그는 “여성노숙자들은 대부분 가계 빚을 떠안거나 남편의 알코올 중독과 구타 등에 시달려 자녀와 함께 집을 나온 경우가 많다“면서 “여성노숙자들이 지금처럼 1년 뒤 쉼터를 의무적으로 떠나는 게 아니라 자활교육까지 책임지는 ‘치유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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