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의문사’ 49년만에 배상판결… 소송 낸 부인은 1년전 숨져

  • 입력 2004년 5월 30일 18시 29분


군에서 의문사한 남편의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던 부인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사고 49년 만에 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 부인은 남편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암 투병을 하다 배상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숨졌다.

원모씨(2003년 5월 사망)의 남편인 이모씨가 군 복무 중 사망한 것은 1955년. 부대 일등중사 A씨가 야간에 “내무반 근무자가 없다”며 부대원을 집합시키는 과정에서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맞아 뇌진탕으로 숨진 것.

당시 가해자인 A씨는 군법회의에서 과실치사죄로 징역 5년이 확정됐지만 육군본부는 유족에게 “이씨가 나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통보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원씨는 56년 남편이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말을 주위에서 듣고 수차례 육군본부에 진정을 냈으나 “확인해 보겠다”는 말만 들었다. 70년에는 ‘이씨가 폭행으로 숨졌다’는 내용의 가해자 자필확인서까지 첨부해 진정을 냈으나 군의 답변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사고 47년 뒤인 2002년 4월 다시 민원을 냈다. 육군본부는 그제야 심의를 열어 이씨의 사인이 폭행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고 2003년 2월 이씨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 유족들은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1억3000만원을 지급해 달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최성준·崔成俊)는 이씨의 아들(48)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3일 “국가는 98년 4월부터 2003년 1월까지의 유족연금과 위자료 8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예산회계법상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5년인 만큼 소송이 제기된 2003년 3월부터 5년 전인 1998년 3월 이전의 손해는 배상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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