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寸志 대신 세상에 하나뿐인 공연을 준비했어요"

  • 입력 2004년 5월 15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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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특별 이벤트'를 기획한 안양 민백초등학교 4학년 1반 임원 어린이들. 왼쪽부터 부회장 박승면, 반장 손동철, 회장 이은건, 부반장 조상원.
스승의날 '특별 이벤트'를 기획한 안양 민백초등학교 4학년 1반 임원 어린이들. 왼쪽부터 부회장 박승면, 반장 손동철, 회장 이은건, 부반장 조상원.
“스승의 날 선생님께 촌지나 비싼 선물을 드린다구요? 우린 그런 거 모르고 담임선생님께 보여드릴 공연을 준비했어요.”

스승의 날을 맞아 초등학생들이 담임교사를 위한 '특별 이벤트'를 준비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민백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은 지난 10일 학급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어린이들은 그 동안 습관처럼 해온 ‘카네이션 달아드리기’나 ‘학부모들의 선물전달’ 등을 하지 않고 담임을 기쁘게 해드릴 특별행사를 스스로 준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또 조금씩 돈을 모아 임신중인 담임선생님께 태교CD와 화분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들이 준비한 행사는 ‘스승의 은혜’를 그동안 갈고 닦은 악기 연주에 맞춰 노래한 뒤, 장기자랑으로 담임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

반장 손동철군은 “지금까지 우리는 ‘스승의 날’에 부모님이 사 주신 선물을 전달하는 일 밖에 한 것이 없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행사를 준비하고 우리의 용돈을 모아 산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 군은 “각자 꽃을 드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해 2개의 화분을 선물하기로 했다. 하나는 선생님께 드려 집으로 가져가시도록 하고, 하나는 우리가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처럼 정성스럽게 교실에서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마지막 연습을 가졌다.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는 것을 가상하면서 그들의 특별한 행사는 시작됐다. 우선 나흘 동안 열심히 연습한 ‘스승의 은혜’를 멜로디언·바이올린 등의 반주에 맞춰 노래했고, 준비한 선물과 각자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정성스럽게 포장해 전달했다.

이어 학생들의 장기자랑이 시작됐다. 이 때 교실 창 밖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담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교실은 시종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부반장 조상원양은 “다른 의견도 많았지만, 임신 중이신 선생님께 태교CD가 가장 필요하실 것 같았다. 또 태어날 아기를 위해 우리가 쓰던 장난감이나 책을 선물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쓰던 것을 물려주는 것이 이상할 수 도 있어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담임 선생님은 제자들의 이같이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이 행여 매스컴을 통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했던지 극구 취재를 사양했다.

이 학교 장정희 교장은 “요즘 학생들이 버릇없다고 하지만, 누구나 교사를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스승의 날’에는 마음의 선물을 드리고 싶어한다”면서 “오늘 우리 학생들이 준비한 행사도 특별한 것이 아니며 다른 학교도 이 정도는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지용 동아닷컴기자 youngkang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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