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체-환경단체 백두대간 복원 손잡았다

  • 입력 2004년 4월 4일 18시 32분


“이것이야말로 대표적인 ‘윈윈(Win-Win) 전략’입니다.”

개발과 보전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벌였던 시멘트업체와 환경단체가 손을 잡고 함께 백두대간 복원사업을 벌이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백두대간보전회와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첫 만남은 1990년대 초 강원 강릉시 옥계면 자병산 능선에서였다. 라파즈한라는 석회석 채굴을 위해 백두대간보전회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것.

보전회 이이재(李利在) 운영위원장은 “당시 라파즈한라가 추진했던 광산개발 지역은 백두대간을 잇는 핵심 능선이었다”며 “이를 막기 위해 94년 보전회가 설립됐다”고 말했다.

이후 보전회 회원들은 발파작업을 할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가 드러눕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수년간의 지루한 다툼은 결국 보전회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1997년 라파즈한라는 광산개발지를 능선을 피해 인근 지역으로 옮겼다.

라파즈한라 윤기수(尹麒洙) 환경경영팀장은 “자병산 능선에는 약 1억t의 석회석이 매장돼 있어 생산유발효과가 5조원에 이르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팀장은 “당시 잃은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보다 먼저 환경경영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보전회 역시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게 됐고 98년부터 5년 동안 100만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해 12월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이끌어냈다.

라파즈한라는 이에 보전회 기금지원이란 ‘뜻밖의’ 선물로 화답했다. 이 회사는 올해 2억원, 매년 매출액의 0.04%가량을 지원금으로 내놓기로 해 보전회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보전회는 이 기금을 바탕으로 이달부터 ‘에코(Eco)-백두대간 2+’ 운동을 벌인다. 4일 자병산에서 소나무와 전나무를 심는 행사를 시작으로 삼척시 청옥산 일대 등 백두대간의 대표적 훼손지역에 천연림 8종 7만500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또 6월 13일부터 77일간 지리산에서 향로봉 휴전선까지 남한의 백두대간 전 구간(680km)을 종주하며 생태탐사에 나선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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