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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31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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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 깊은 기사들로 가득한 월간지, 일간지의 기획 기사는 외신기자들에게 좋은 참고자료다. 열정적이고 훌륭한 역량의 한국 기자도 많이 알고 있다. 주요 일간지들의 주요 칼럼과 사설은 영문으로 나와 있지 않을 경우 번역을 해서라도 읽고 있다. 그 내용이나 수준에 자주 감탄하곤 한다.
다만 동아일보는 국제적 ‘공보(Public Relations)’ 측면에서 약한 것 같다. 한국에 관심 있는 해외인사들이나 서울 주재 외신기자들은 매일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북한문제 등 한반도 관련 기사들을 주의 깊게 읽고 때론 이를 인용하기도 한다. 인지도 높은 해외 언론사나 인사들이 동아일보를 인용한다면 동아일보의 국제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동아일보 알리기’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서울에서 일하는 외국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 역시 타 경쟁지에 비해 동아일보에 대한 거리감이 상대적으로 더한 편이다. 일례로 동아일보 영어 사이트의 경우 상당히 어색한 표현이 많고 표현들도 어색한 문장들이 많다. 잘못 번역됐거나 일부분만 번역된 기사들은 해외 인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리 없다.
요즘은 그런 추세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익명의 소스로 넘쳐나는 기사도 피해야 한다고 본다. 심한 경우 단 한 명의 실명도 공개되지 않은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이 역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타임’의 경우 익명의 정보원을 인용할 경우 그 정당성에 대해 데스크를 설득해야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물론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나 ‘USA투데이’ 기자들의 기사 조작사건에서 보듯, 서구 언론들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공정한 보도도 중요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친 공화당 성향의 언론이고 ‘뉴욕타임스’가 친 민주당 성향이듯 동아일보를 비롯한 한국 언론사들이 각자의 색깔과 성향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보도 내용을 신문의 논조에 맞게 ‘끼워 맞추기’ 식으로 제작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언론의 본분에도 벗어나는 행동이다. 자세한 내용들을 언급하기는 곤란하다. ‘동아일보만 이렇다’라는 것이 아니라 한국 언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한 부분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귀사의 창간 84주년을 축하하며 더욱 많은 발전을 기원한다.
시사주간지 ‘TIME’ 서울주재 기자 존 라킨(John Lar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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