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버스차로 불법주차 언제까지…

  • 입력 2004년 2월 27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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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전용차로가 있으면 뭐 합니까? 온통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가로막고 있는데….”

2000년부터 인천 남동구 만수3동∼경인전철 동암역 구간을 운행하는 삼환운수의 532번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방태경씨(43)는 요즘 출퇴근 시간이면 울화가 치민다.

인천시가 지난해부터 버스전용차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강력한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정이 별로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는 “출퇴근 시간 2km 남짓한 간석오거리∼길병원 구간을 가는데 20분 정도가 걸린다”며 “시와 경찰이 지속적인 단속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태=25일 오전 8시40분경 재건축공사가 한창인 남동구 간석동 옛 주공아파트 앞 남동로(왕복 6차로).

이 도로에는 버스전용차로가 양방향 운영되고 있으나 시청 방면 차로 50m 구간에 승용차와 화물차 등이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었다.

희망백화점 맞은편에서 출발한 버스가 아파트 앞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 속도를 늦추자 승용차 2대가 기다렸다는 듯 잇따라 끼어들었다. 그러자 시내버스는 굉음을 내며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린 회사원 김용민씨(36)는 “승용차 등이 갑자기 끼어들어 버스가 급정거하면 승객들이 앞으로 쏠려 비명을 지르기 일쑤”라며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2차로에 내려주는 경우도 있어 사고위험을 느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인로와 우현로 등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된 대부분의 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차로 곳곳에 세워 둔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단속=현재 인천지역 10개 주요 간선도로에는 총길이 50.8km의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돼 있다.

시는 불법주정차 단속을 전담하는 공무원 50명과 공익근무요원 210명을 배치했으나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인감시 카메라 20대를 주요 구간에 설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1560명의 주차단속 자원봉사자를 선발했으며 교육을 실시한 뒤 4월부터 본격적으로 단속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교차로 등 상습 정체지역(128곳)과 불법 주정차 특별관리지역(39곳), 버스전용차로 단속지역(19곳) 등에 각각 배치된다.

시는 또 7월부터 이동 단속이 가능한 차량 탑재용 ‘웹 카메라’ 1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인천시 김남윤 주차단속팀장은 “자원봉사자와 이동식 카메라의 단속이 시작되면 버스전용차로 소통상태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도입된 버스전용차로에서는 평일 오전 7∼9시, 오후 5∼8시(토요일 오전 7∼9시, 공휴일 제외)에 한해 승용차의 진입이 금지되고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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